
AI 일자리 감소는 어디서 먼저 보일까요. PD수첩 「AI 딜레마」가 분석한 채용 공고 1천만 건에서 AI 노출 직군은 신입 공고가 줄고 요구 경력이 늘었습니다. 방송이 소개한 AI 역량검사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신입이 거치던 도제식 중간 단계가 끊긴다는 흐름은 AI가 신입 대신 50대를 뽑는다는데,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에서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흐름을 한국 현장 데이터로 확인하고, 거기서 두 걸음 더 나갑니다.
이 글은 최근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내용을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
- 1부: MBC PD Note 「[PD수첩] "AI 딜레마 1부 - 일자리 종말론"」(2026년 10월 13일 방송)
- 2부: MBC PD Note 「[PD수첩] "AI 딜레마 2부 – 신입사원 실종사건"」(10월 20일 방송)
수치와 발언은 방송 내용이고, 해석은 따로 표시했습니다.
1. 방송이 먼저 보여 준 현장
1부에는 직원이 12명에서 네 명으로 줄어든 회사가 나옵니다. 내레이션은 "직원은 12명에서 네 명으로 줄었지만 사업의 규모는 줄지 않았습니다"라고 정리합니다. 한 경영자는 판단 기준을 "인건비 측면에서 10분의 1도 안 들어가니까 그 잣대로 계속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2부는 이런 계산이 채용 현장에 닿은 모습입니다. 현준 씨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4년 반 만에 합격했지만 지원한 대형 회계법인에 모두 떨어졌습니다. 내레이션은 신입 회계사를 뽑는 곳이 대폭 줄었다고 전합니다. 토익 만점의 주은 씨는 7개월째 구직 중이고, 면접은 본인 말로 30번이 넘습니다.
개인 사연을 AI 탓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방송이 뒤에 놓은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2. AI 노출 직군에서만 요구 경력이 늘었다고?
PD수첩은 전문가와 함께 최근 6년간 한 채용 사이트의 공고 1천만 건을 AI로 분석했습니다. 직업별로 AI 영향을 받는 정도를 나눠 신입 공고와 요구 경력을 비교한 것입니다. AI의 영향을 덜 받는 직군은 신입 공고가 상대적으로 유지됐고, 많이 받는 직군은 크게 줄었습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 기간도 비교했습니다. 영향을 덜 받는 직군은 큰 변화가 없었고, 영향을 많이 받는 직군만 이전보다 더 많은 경력을 요구했습니다. 분석 결과를 정리하는 대목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왜 하필 AI에 취약한 직군에서만 저렇게 요구 경력이 팍팍 늘어나느냐가 이제 저희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입 공고가 줄어드는 것은 예상할 만한 일입니다. 요구 경력까지 오른다는 점은 제 해석으로는 남은 문마저 신입에게 좁아진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방송은 감소 폭이나 경력 증가 폭을 수치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 분석이 말하는 것은 AI 노출 직군의 흐름이고, 모든 채용 변화가 AI 때문이라는 증명은 아닙니다.
현장의 말은 더 거칩니다. 대기업 채용을 컨설팅해 온 관계자가 익명으로 전한 말입니다.
HR 리더들 사이에선 신입사원 채용하지 마라. 그럴 바에는 차라리 AI 토큰을 더 줘라 (…) 그 신입사원 10여 명 채용할 바에는 경력사원 세 명 채용해라.
익명 한 사람의 말이라 업계 방침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기업이 어떤 계산을 하는지는 보여 줍니다.
3. AI를 잘 쓰는 힘이 자라는 자리, 신입의 일

2부에는 대기업 인사팀 15년 차 직원이 AI 팀원 다섯 명을 세팅해 교육 자료를 순식간에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본인 말로 직접 했다면 3, 4일은 걸릴 일입니다. 내레이션은 이 일이 원래 누구의 몫이었는지를 짚으며, 신입은 처음엔 서툴고 실수도 하지만 "다시 고치고 배우면서 전문성을 키워갑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방송은 AI가 날개를 달아 준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말합니다. 업무 경험이 많은 임원들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사람은 경험이 많을수록 주니어가 채우기 어려운 "좋은 질문"을 더 잘하고, 프롬프트도 "훨씬 더 잘 작성"했다고 설명합니다. 내레이션이 이유를 정리합니다.
일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AI에게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일을 맡길지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습니다. 또 AI가 내놓은 결과가 적절한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데에도 업무 경험이 중요했던 겁니다.
IT 업계에서 25년을 일해 온 입장에서 이 대목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AI 덕에 일이 가벼워진 쪽은 신입보다 경력자에 가깝습니다.
실제, 영업 소개자료를 한번 업데이트하거나 전면 리바이징을 하려면 큰맘 먹고 계획을 세워 착수를 차일피일 미루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MS오피스에 생성형 AI 클로드를 애드인 시켜 대화하면 작업을 하게되다 보니 후배 팀원들을 괴롭힐 일도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수정하면서 느낀것이지만 소개자료가 단순히 UI를 바꾸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용의 정합성이 중요한것이기에 경험이 부족하면 사실 쉽게 활용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깨닳았습니다.
두 대목을 이어 읽으면 이렇습니다. 무엇을 물을지, 결과가 맞는지 가리는 힘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그 경험은 초안을 쓰고 실수하고 고치는 신입의 일에서 쌓입니다. 방송이 이 둘을 한 문장으로 잇지는 않았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같은 이야기입니다.
앞 글에서는 신입이 거치던 도제식 중간 단계가 끊긴다고 했습니다. 이 글이 묻는 것은 AI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그 단계와 함께 무엇이 사라지느냐입니다. 신입의 일은 AI가 대신하기 쉬운 일이면서 AI를 잘 쓰는 힘이 자라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를 비우면서 그 힘을 기대하는 셈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4. 일본 취업 빙하기와 숙련 공백
방송이 선례로 든 나라는 일본입니다. 1990년대 초 거품 경제가 무너지자 기업들은 신입 채용을 대폭 줄였고, 이른바 취업 빙하기가 왔습니다. 방송에 나온 전문가는 그 세대가 경력 초기에 숙련을 쌓지 못해 기업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내레이션은 이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신입 채용을 줄인 대가로 뒤늦게 인재 육성의 공백을 겪게 된 일본.
지금 일본은 실무 경험이 없는 신입도 우선 뽑아 회사가 직접 가르칩니다. 그러나 방송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이끌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이 열 곳 중 여덟 곳 이상이고, AI 경쟁력도 주요 국가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본을 성공 사례로 읽으면 안 됩니다. 방송은 인구 감소로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많아진 사정도 함께 설명하고, 인력 부족과 AI 경쟁력 열세를 빙하기 하나로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방송이 일본에서 가져온 대목은 하나입니다. 경험이 쌓이는 시기를 건너뛴 세대가 공백으로 남았다는 설명입니다.
5. AI 역량검사가 신입에게 묻는 것

입구에서는 정반대의 요구가 나옵니다. 방송에 따르면 자기소개를 없애고 AI 역량검사를 도입하는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제작진이 직접 해 보니 화면 왼쪽에 과제가 주어지고, 질문 횟수가 제한된 상태에서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푸는지 평가했습니다. 내레이션은 과제의 수준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어진 과제는 3년 차의 업무. 신입이라도 AI가 있으니 경력자처럼 능숙하게 해내는지 보겠다는 겁니다.
제작진 PD가 받은 점수는 38점이었습니다. 한 전문가는 이제 모든 사람이 팀장이 되는 변화가 왔고, AI가 한 일을 관리하고 구조화하고 책임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방송에 반론도 나옵니다. 한 인터뷰이는 "대학도 그걸 가르쳐 주진 않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26살의 청년이 어떻게 고도의 판단력이 있겠습니까?"라고 되묻습니다.
앞서 본 논리와 겹쳐 보면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판단력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경험을 쌓을 자리는 줄이고 입사 시험에서는 경험자의 판단력을 요구합니다. 기업이 덜어낸 육성의 부담이 개인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방송은 취업 컨설팅 시장도 들여다봅니다. 한 업체는 858만 원을 안내했고,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마 1천만 원 정도일 거라고 답했습니다. 내레이션은 새로운 사교육 시장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합니다. 공모전 수상이 AI 역량을 보여 주는 스펙이 되자 동아리를 돌며 수상 경력을 쌓는 대학생도 나옵니다. 내레이션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는 일까지 오롯이 청년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둬도 되는 걸까?
결론 및 요약
방송이 분석한 채용 공고에서 AI 노출 직군은 신입 공고가 줄었을 뿐 아니라 요구 경력도 늘었습니다. AI를 잘 쓰는 힘이 신입의 일을 거치며 쌓인다면, 그 자리를 줄이는 것은 힘이 자랄 곳을 줄이는 일이라는 것이 이 글의 해석입니다. 일본은 경험이 쌓이는 시기를 건너뛴 세대가 공백으로 남았다고 방송이 설명한 선례입니다. 입구에서는 방송이 소개한 AI 역량검사가 3년 차 업무를 과제로 내고, 방송이 확인한 취업 컨설팅 비용은 개인이 치르는 몫입니다.
방송은 처방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정답은 없지만 개인과 팀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봅니다.
- 팀은 AI가 초안을 만들어 주더라도 신입이 틀린 곳을 찾아 고치는 일을 남겨 둬야 합니다. 그 일이 없으면 신입이 기준을 배울 길이 막힙니다. AI 도입에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직원 3명 중 1명이 회사 AI를 일부러 망치고 있습니다에서 다뤘습니다.
- 시니어는 AI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는지 말로 풀어 전하는 일을 업무에 넣어야 합니다. 그 기준은 대개 시니어의 경험 안에 있다고 봅니다. 시니어가 AI 앞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기회는 50대 IT 전문가가 Gemini를 보며 느끼는 위기감, 그리고 기회에 적었습니다.
- 구직자에게는 검사 점수를 올리는 요령보다 AI가 낸 결과를 검증하고 책임지는 연습이 오래 갑니다.
방송은 첫 일자리를 경력의 첫 관문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그 관문이 AI 활용 능력이 처음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좁힌 값은 AI를 능숙하게 쓸 사람의 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제 전망입니다.
'세상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드라이버 비거리 60%는 손목에서 갈린다, 논문의 우선순위 (0) | 2026.09.07 |
|---|---|
| 빗길 중앙선 침범 차를 피하지 않은 이유, 블랙박스 기록 (0) | 2026.08.25 |
| 2026 추석 기차표 예매 일정, 코레일+ 통합 후 첫 명절 달라진 점 (0) | 2026.08.24 |
| 2026 추석 민생지원금 얼마? 지역별·신청 기간 정리 (0) | 2026.08.22 |
| 삼성전자 물타기 5년, 두 배에 팔고 더 올라도 후회 없는 이유 (0) | 2026.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