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비나라입니다.
IT 업계에서 25년 넘게 일하며 여러 차례의 기술 도입 국면을 지켜봤습니다. 새 시스템이 들어올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는데, 저항은 대체로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그 도구를 들이미는 방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접한 조사 하나가 이 패턴을 숫자로 보여줬습니다.
지식노동자 3명 중 1명이 회사의 AI 도입을 스스로 방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Z세대로 좁히면 44%입니다. 뉴스는 이걸 "요즘 젊은 직원들의 반항"으로 소비하기 쉽지만, 정작 조사가 짚는 진단은 다릅니다. 기술이 아니라 신뢰가 먼저 무너졌다는 겁니다. 오늘은 이 저항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번지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꿔야 저항이 협력으로 바뀌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1. 직원 3명 중 1명이 인정한 AI 사보타주 — 조사 주체는 누구인가?
조사 기관과 표본 구성
Tom Bilyeu Clips 채널이 다룬 "Gen Z is Sabotaging AI in the Workplace!" 영상은 엔터프라이즈 AI 기업 Writer와 Workplace Intelligence가 진행한 새 조사를 소개합니다.
"엔터프라이즈 AI 기업 Writer와 Workplace Intelligence의 새 연구이며, 미국·영국·유럽의 지식 노동자 2,400명을 조사했다."
다만 영상이 말한 "지식 노동자 2,400명"은 표본 구성을 뭉뚱그린 표현입니다. 원 조사를 확인하면 이 2,400명은 실제로 쓰고 있는 비기술직 직원 1,200명과 최고 경영진(C-suite) 1,200명을 합친 숫자입니다. 아래에서 볼 사보타주 인정 비율(3명 중 1명, Z세대 44%)은 이 중 직원 세그먼트를 기준으로 집계된 것입니다. 2장에서 다룰 경영진 60%·77% 수치는 같은 조사의 경영진 세그먼트에서 나온 것입니다. 즉 두 수치는 다른 조사가 아니라 하나의 조사를 이루는 두 표본입니다.
방해 방식과 조사의 한계
결과는 이렇습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거의 3명 중 1명이 회사의 AI 도입 노력을 방해했다고 인정했고, Z세대만 보면 44%로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방해 방식도 구체적입니다.
"미승인 공개 AI 도구에 사내 데이터를 넣고, 일부러 낮은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고, AI가 무능해 보이도록 성과 평가를 조작하고, 아예 사용을 거부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형 | 방식 |
|---|---|
| 데이터 유출 | 미승인 공개 AI 도구에 사내 데이터 입력 |
| 품질 저하 | 일부러 낮은 품질의 결과물 생성 |
| 평가 조작 | AI가 무능해 보이도록 성과 평가 조작 |
| 전면 거부 | 도구 사용 자체를 거부 |
여기서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 이 조사를 수행한 Writer는 엔터프라이즈 AI를 파는 회사입니다. "AI를 거부하는 직원이 회사에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라는 뜻입니다. 둘째, 3명 중 1명이라는 숫자는 스스로 인정한 사람만 집계한 것입니다. 실제로 방해했지만 인정하지 않은 사람까지 더하면 이 수치는 하한선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2. 월급이 아니라 FOBO — AI 저항을 낳는 신뢰 실패
같은 영상은 이 현상을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규정합니다.
"기술 실패가 먼저가 아니라 신뢰 실패가 먼저다.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나는 이 도구를 믿지 않는다'가 문제다."
이어지는 발언은 그 신뢰가 정확히 무엇에 대한 신뢰인지를 보여줍니다.
"내가 이걸 훈련시키고 돌아가게 만들어 놨더니 그게 나를 해고한다니, 그런 짓은 안 하겠다."
직원이 거부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거래 조건입니다. "내가 이 AI를 잘 훈련시켜 줄수록 내 자리가 위험해진다"는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요구인 셈입니다. 실제로 방해자의 30%는 이 두려움, 즉 FOBO(Fear Of Becoming Obsolete, 쓸모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이유로 직접 꼽았습니다. 영상은 브루킹스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30세 미만 노동자가 자동화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무에 몰려 있다고도 언급합니다. 이건 영상 내 인용이며 이 글에서 별도로 검증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영진의 반응은 이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경영진 60%는 AI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의 감원을 검토하고, 77%는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밝혔듯 이 60%·77%는 같은 조사의 경영진 1,200명 세그먼트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즉 직원 세그먼트가 느끼는 FOBO와 경영진 세그먼트의 실제 반응이 같은 조사 안에서 서로를 뒷받침하고 있는 셈입니다.
영상 진행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사보타주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대체를 더 앞당기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건 조사 수치가 아니라 진행자 개인의 해석이므로 그렇게 구분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3. 형식적 사용이 낳는 워크슬롭 — 시간이 아닌 신뢰 손상
위에서 밀어붙이는 도입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형식적 사용"입니다. 이 흐름은 서로 다른 세 조사 — Writer의 사보타주 조사, BetterUp·Stanford의 워크슬롭 연구, MIT NANDA의 도입 실패율 조사 — 를 겹쳐 읽은 제 해석입니다. 어느 한 조사가 이 인과관계 자체를 검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둡니다.
반월동 호랭이 채널의 "AI가 만들어낸 생산성 붕괴: '워크슬롭'의 숨겨진 비용" 영상은 이 형식적 사용의 산출물을 "워크슬롭"이라는 이름으로 짚습니다. 참고로 이 영상이 소개하는 원 연구는 BetterUp Labs와 스탠퍼드 Social Media Lab이 공동으로 진행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게재한 것이고, 반월동 호랭이는 이를 해설하는 2차 인용 채널입니다.
"워크슬롭이란 훌륭한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작업을 의미 있게 진전시킬 본질적인 내용이 없는 AI 생성 결과물이에요."
워크슬롭의 문제는 완성도가 아니라 책임의 이동입니다.
"워크슬롭의 핵심은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책임을 전가하는 겁니다. 생성자는 버튼 하나로 그럴듯한 문서를 1초 만에 만들어 보내요. 하지만 수신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고, 문맥을 해독해야 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막대한 인지적 과부하가 밀려옵니다."
이어지는 발언은 이 책임 전가를 다른 표현으로 짚습니다.
"기계에게 일을 맡기는 게 아니라 동료 인간에게 짐을 떠넘기는 겁니다."
영상에 따르면 워크슬롭 한 건을 처리하는 데는 평균 1시간 56분이 걸립니다. 이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워크슬롭이 갉아먹는 건 시간만이 아니라 그것을 보낸 사람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영상은 이를 "워크슬롭을 보낸 동료에 대한 신뢰도가 42% 떨어졌고, 32%는 그 동료와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다만 원 연구를 확인하면 42%는 신뢰도라는 수치 자체가 42%만큼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응답자의 42%가 그 동료를 '덜 신뢰하게 됐다'고 답했다는 응답 비율입니다. 영상이 원 연구를 한국어로 옮기며 생긴 표현 차이로 보이며, 이 글에서는 원 연구에 더 가까운 쪽으로 정리합니다. 32%(다시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는 원문 표현과 일치해 그대로 씁니다.
이게 바로 위에서 밀어붙인 AI 도입이 저항으로 이어지는 고리입니다. 지시받아 형식적으로 쓴 AI가 워크슬롭을 만들고, 워크슬롭을 받은 동료는 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합니다. 영상은 이 악순환의 원인을 리더의 지시 방식에서 찾습니다.
"맹목적으로 AI를 더 많이 쓰라고 지시하면 승객만 양산할 뿐입니다. 무분별하게 AI를 많이 쓰라는 지시는 책임 전가를 합리화하는 면죄부가 됩니다."
4. 저항을 막는 도입 설계 — AI 도입 실패를 뒤집는 KPI와 가드레일
저항을 도덕 문제로 보면 남는 결론은 "직원들이 게으르거나 두려움이 많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고리 — 위에서 밀어붙임 → 형식적 사용 → 워크슬롭 → 신뢰 붕괴 → 저항 — 는 도입을 설계한 방식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실패의 첫 단추 — MIT NANDA 리포트와 "뽐내기 대회"
지식한끗 채널의 계속되는 AI 도입 실패.. 95% 기업이 사업 전략에서 놓치는 '이것'은? | KBS Life 20260214 방송 영상은 그 실패가 시작되는 첫 단추를 짚습니다. 이 영상에 출연한 조용민 대표는 언바운드랩이라는 VC의 투자 총괄로, AI 팀을 발굴해 투자하는 일을 합니다. AI 도입 자체에 이해관계가 있는 입장이라는 점을 함께 밝혀둡니다.
"실제 미국의 MIT 난다 리포트에 의하면은 300개 기업 중에서 95%가 실패하고 있다고 나오고요."
앞서 3장의 반월동 호랭이 영상도 같은 95%라는 수치를 인용했습니다.
"MIT Media Lab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95%가 투자 대비 수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영상이 "MIT 난다 리포트"와 "MIT Media Lab 보고서"로 다르게 불렀지만, 확인해 보면 같은 보고서를 가리킵니다. 정식 명칭은 MIT 미디어랩(MIT Media Lab) 산하 Project NANDA가 2025년 7월 발표한 「The GenAI Divide: State of AI in Business 2025」입니다. NANDA는 MIT Media Lab 소속 프로젝트입니다.
"95%"의 정확한 의미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실제로 측정한 것은 "공개된 생성형 AI 파일럿 300건 가운데 95%가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처럼 측정 가능한 손익 개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지식한끗은 이를 "300개 기업 중 95%가 실패"라고 표현했습니다. 반월동 호랭이는 "투자 대비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원 보고서의 취지에는 후자가 더 가깝습니다.
조용민 대표는 국내 상황에 대해 이 95%보다 오히려 체감 실패율이 더 높은 것 같다고 덧붙이는데, 이는 통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여러 기업을 만나 온 출연자 개인의 체감이므로 영상 내 발언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맞습니다.
조용민 대표는 실패의 첫 단추를 이렇게 짚습니다.
"부서별 AI로 풀 수 있는 문제를 한번 뽑아보라고 하시고 그다음에 뽐내기 대회를 하는 기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근데 그게 실패 첫 단추"
각 부서에 "AI로 풀 문제를 찾아오라"고 지시하는 방식 자체가 형식적 사용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진단입니다. 이 진단 역시 통계가 아니라 조용민 대표가 여러 기업을 만나며 얻은 현장 경험에 기반한 것입니다.
성공한 도입의 조건 — "AI 회사의 KPI는 퇴근이다"
반대로 성공한 사례는 문제 정의의 눈높이가 달랐습니다. 조용민 대표가 투자한 미국의 한 의료 AI 회사 이야기입니다.
"요거를 가지고 도입을 하다 보니까 무슨 일이 생겼냐면 의사 선생님의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거예요. (…) 그 문제까지 풀어 줘야 돼요. 그래야 도입이 돼요."
의사가 환자와 눈을 맞추며 진료하도록 AI가 차트를 대신 쓰게 했더니, 그 결과로 의사의 퇴근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도입이 실제로 성사된 지점은 기능이 아니라 그 결과였습니다.
"AI 회사의 KPI는 퇴근이에요."
이 문장을 워크슬롭 문제에 겹쳐 보면 해법의 방향이 보입니다. 반월동 호랭이 영상은 리더의 역할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AI 활용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최적의 도구와 모범 사례, 그리고 절대 AI로 대체해서는 안 되는 작업에 대한 명확한 가드레일을 조직 차원에서 직접 설계하는 겁니다."
쓰는 사람에게 실익이 돌아오는 KPI와, AI를 어디까지 맡길지에 대한 가드레일이 필요합니다. 이 둘이 갖춰지지 않은 채 "많이 써라"는 지시만 내려오면, 직원 입장에서는 형식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사보타주는 그 설계에 대한 반응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경영진의 60%가 감원을 검토하고 77%가 승진에서 배제하겠다고 답하는 국면에서는, 본인에게도 손해가 되는 반응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결론 및 요약
세 영상을 이어 보면 하나의 고리가 보입니다. 위에서 형식적으로 AI 사용을 밀어붙이면 워크슬롭이 나오고, 워크슬롭은 동료 신뢰를 갉아먹고, 그 신뢰 붕괴가 다시 저항으로 돌아옵니다. 다만 이 연결은 어느 한 조사가 검증한 것이 아니라 세 자료를 겹쳐 본 제 해석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직원 3명 중 1명이 인정한 사보타주는 게으름이나 반항이 아니라, "내가 훈련시킨 AI가 나를 해고한다"는 조건에 대한 합리적 반응에 가깝습니다. 물론 경영진의 압도적 다수가 저항하는 직원을 감원·승진 배제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 반응은 정작 본인에게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바꿔야 할 것은 직원의 태도가 아니라 도입의 설계입니다. 부서별로 AI 쓸 곳을 찾아오라는 지시 대신 "이 도구를 쓰면 누구의 무엇이 편해지는가"를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AI로 대체해서는 안 되는 영역에 대한 가드레일도 조직 차원에서 미리 그어두어야 합니다. 이 문제의식은 이 블로그에서 예전에 다룬 코딩 에이전트를 '코드 짜주는 도구'로 아는 게 가장 큰 손해다와도 같은 축입니다. 그 글은 코딩 에이전트를 시키는 것만 하는 2단계 자동화로만 쓰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도구를 손에 쥐여 주는 것과 일이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이 글의 "형식적 사용" 진단과 정확히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조직에 새 AI 도구를 들이는 입장이라면, 사용률을 올리라는 지시를 내리기 전에 그 도구를 쓰는 사람에게 실제로 무엇이 남는지부터 먼저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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