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이야기

AI 기본법 제16조, 담당자 면책은 기록으로 증명합니다

서비나라 2026. 8. 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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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담당자 면책의 증명 수단은 그때 남긴 검토 기록이다

안녕하세요. 서비나라입니다.

IT 업계에서 25년 넘게 일하며, 그리고 공인전자문서센터 실무자로 지내며 제도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을 봐 왔습니다. 새 규정이 생기면 다들 의무 조항부터 읽고, 정작 자신을 지켜주는 조항은 뒤늦게 발견합니다. 2026년 7월 21일 시행된 개정 AI 기본법과 그 시행령도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담당자에게 면책 근거가 생겼다는 소식은 반가운데, 저는 이 조항을 "이제 안심해도 된다"로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이 AI를 주저하는 진짜 이유

한국행정연구원 조세현 선임연구위원은 Korea Institute of Public Administration 채널에 올라온 "정부혁신을 위한 공공부문 AI 도입 추진 사례와 거버넌스" 발표에서, 자신이 수행한 공무원 인식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 문제를 짚습니다. 발표자는 국책연구기관 소속으로 공공부문의 AI 활용 확대를 제안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조사에서 공무원들의 AI 활용 기대감은 이미 중간값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위험 인식이었습니다. 조세현 위원은 공무원들이 꼽은 위험으로 다음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 개인 정보나 민감 정보의 유출 우려
  • AI 오작동이나 데이터 오류로 인한 안전성 문제
  • 책임 소재 판명이 어려움
  • 알고리즘 복잡성에 의한 정책 투명성·공정성 저해

이 중 "책임 소재 판명이 어려움"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기술이 부족해서 못 쓰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 책임인지 가릴 수 없어서 주저한다는 뜻입니다. 조세현 위원의 처방도 기술이 아니라 "법 제도적인 뒷받침"이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AI 활용을 9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으니, 이 간극은 계속 부딪힐 문제입니다.

7월 시행: 확인 제도와 담당자 면책

이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 중 하나가 2026년 7월 21일 시행된 개정 AI 기본법과 그 시행령입니다. 시행령에서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가 새로 생겼습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신청을 받아 확인하고,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기술심사를 맡는 구조입니다.

이 확인을 받은 제품·서비스는 공공조달에서 다음 세 가지 우대를 받습니다.

  • 다수공급자계약(MAS) 참여 요건·절차 완화
  • 총액계약 적격심사에서 기술점수 1.5점 신인도 가점
  • 소프트웨어 단가계약에서 납품실적 3건 면제

이 우대는 2026년 8월부터 적용되고, 확인 수수료는 제도 시행 초기인 올해는 전액 면제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담당자 면책 근거입니다. 이 조항의 법적 근거는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 자체입니다. 202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26년 1월 20일 공포된 개정 AI 기본법이 신설한 조항입니다. 시행일만 확인 제도와 같은 2026년 7월 21일로 부칙에서 맞춰 놓았습니다. 국회가 법률로 면책 근거를 만들고 시행령이 그걸 받을 확인 제도를 붙이면서, 두 시행일을 같은 날로 겹쳐 놓은 셈입니다.

AI 기본법 제16조 제4항은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AI 제품·서비스의 구매나 사용으로 국가기관 등에 손해가 발생해도, 담당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면책됩니다.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항목 2026년 1월 시행 (AI 기본법) 2026년 7월 시행 (개정 법률·시행령)
시행일 2026-01-22 2026-07-21
성격 의무 중심 — 사업자 책무 규정 육성·조달 중심 — 확인 제도(시행령), 담당자 면책(개정 법률 제16조)
조달 관련 내용 별도 조달 우대 조항 없음 확인받은 제품·서비스에 MAS 요건 완화, 기술점수 1.5점 가점, 납품실적 3건 면제
담당자 입장 지켜야 할 의무가 늘었다 근거로 삼을 면책 조항이 생겼다

이 블로그가 앞서 다룬 AI 기본법의 진짜 부담은 규제가 아니라 '5년치 기록'입니다가 1월 시행분의 의무 쪽을 다뤘습니다. 이 글은 7월 개정분의 혜택 쪽을 다룹니다. 결국 같은 법의 양면입니다.

면책은 자동이 아니다 — 증명의 문제

여기서부터는 법조문의 문구가 아니라 제 판단입니다. 면책 조항이 생겼다고 해서 담당자가 자동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닙니다.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은 누군가 증명해야 성립합니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 "저는 그런 의도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증명이 되지 않습니다.

증명 수단은 결국 그 시점에 무엇을 검토했는지가 남아 있는 기록입니다. 다음 세 가지가 문서로 남아 있어야 나중에 "이 정도는 확인했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 어떤 데이터를 봤는지
  • 어떤 위험을 검토했는지
  • 왜 이 제품을 골랐는지

확인 제도가 마련한 것은 면책의 근거이지, 면책의 증거는 아닙니다. 증거는 담당자가 직접 만들어 둬야 합니다.

법은 면책의 근거를 만들지만 증거는 담당자가 직접 남겨야 한다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 미국과 영국의 방식

조세현 위원의 발표에는 해외 사례가 2차 인용으로 소개됩니다. 그가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발표 자료에서 소개하는 각국 제도를 옮긴 것이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미국은 조세현 위원이 "인공지능 발전법"으로 소개한 연방법(2020년 제정된 AI in Government Act로 추정됩니다)에 따릅니다. 이 법은 안보 부문을 제외한 연방 기관에 매년 인공지능 사용 사례 목록을 작성해 예산관리처(OMB)장에게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세현 위원은 이 목록에 "도입하고 계획하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용 중단되고 폐기된 사례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합니다. 성공 사례만이 아니라 접은 사례까지 남기는 구조입니다.

영국은 시점이 다릅니다. 조세현 위원은 영국이 2020년 발표한 조달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AI Procurement")을 소개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조달 착수 전 데이터 평가, AI 시스템의 이점·위험 평가,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 장려를 요구합니다.

항목 미국 영국
요구 시점 매년, 사용 중인 기간 내내 조달 착수 전
요구 대상 안보 부문을 제외한 연방 기관 AI 시스템을 조달하는 기관
담기는 내용 도입·계획 사례부터 중단·폐기 사례까지 포함한 사용 사례 목록, 예산관리처장 보고 데이터 평가, 이점·위험 평가,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 장려

두 나라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록을 요구하는 시점이 사용 이후가 아니라 사용 전후 전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긴 다음에 소명 자료를 만드는 방식이 아닙니다.

쌓아 둔 기록과 꺼내 쓰는 기록의 차이

조세현 위원은 발표 말미에 이런 지향점을 제시합니다. "이런 지식들이 어떤 저장고 안에서 딱 머물러 있는 그런 지식이 아니라 (…) 업무를 수행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어떤 도구로 활용이 될 것입니다." 저장이 목적이 아니라 활용이 목적이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맥락은 사랑과 기술 채널의 "AI로 바뀌는 공공기관, 성공하려면 무엇이 달라야 할까? (김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인터뷰에서도 나옵니다. 이 영상은 한 기관 실무자 한 명의 경험담이므로 공공부문 전체로 일반화하지 않습니다. 김창일 박사는 인건비 계산 사례를 들어 "담당자가 암묵지로 해결하던 데이터들을 시스템을 통해서 이제 해결한 부분"이라고 설명합니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판단 근거를 시스템 로직으로 옮긴 것입니다.

25년차 IT 실무자이자 공인전자문서센터 실무자로서 보면, 이건 AI 특유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서를 보관은 했는데 나중에 찾을 수 없어서 무용지물이 되는 문제는 전자문서 관리에서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것입니다. 그냥 쌓아 둔 기록과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기록은 다릅니다. 검색이 안 되는 기록,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맥락이 빠진 기록은 면책이 필요한 순간에 아무 힘이 없습니다.

쌓아 둔 기록과 꺼내 쓸 수 있는 기록의 차이

결론 및 요약

2026년 7월 21일, 개정 AI 기본법 제16조 제4항(담당자 면책 근거)과 그 시행령(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이 같은 날 시행됐습니다. 면책의 법적 근거는 법률이고 확인 제도는 시행령 소관이지만, 국회와 정부가 시행일을 맞춰 놓으면서 사실상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 면책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고의·중과실이 없었다는 것은 증명해야 성립하고, 증명 수단은 그 시점의 검토 기록입니다.

미국이 중단·폐기 사례까지 목록화하고 영국이 조달 착수 전 평가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쌓아 두기만 해서는 소용없습니다. 검색하고 꺼내 쓸 수 있어야 나중에 증명 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AI 담당자라면, 면책 조항이 생겼다는 소식을 안심의 신호로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검토 중인 AI 도입 건이 있다면 무엇을 검토했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부터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이 블로그가 앞서 다룬 'AI 기본법의 진짜 부담은 규제가 아니라 5년치 기록'과도 결국 같은 문제의 양면입니다. 의무를 지키기 위한 기록이든, 혜택을 받기 위한 기록이든, 결국 "그때 무엇을 검토했는가"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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