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를 9만원대에 사 6만원대까지 물타기하며 5년을 버틴 경험담입니다. 평균 단가의 두 배에 판 뒤 주가가 더 올라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여유 자금과 투자 기준이었습니다. 급락장 속 반대매매 강제청산과의 차이도 짚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비나라입니다.
요즘 유튜브를 틀면 급락장 한복판에서도 "지금이 저점이다, 사서 기다려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들립니다.
급락장에서도 "저점이다, 사서 기다려라"
신사임당 채널의 아침 방송에 출연한 김대준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다양한 채널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삼성전자·하이닉스 저점이다, 지수 저점이다, 지금 사서 기다리면 충분히 (…) 지금보다 높은 가격의 형성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이들 얘기하고 있어요." ("'개미만 탈탈 털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25만원 붕괴에 개미들 통곡 중")
그의 말대로입니다. "기다리면 된다"는 조언은 지금 어디서나 들립니다. 문제는 그 조언 뒤편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JTBC News는 "급락장 3일간 3000억 반대매매…'빚투 개미'들 강제 청산에 피눈물"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3일 동안 약 3,000억 원어치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됐다고 전합니다. 하루 반대매매 금액이 1,000억 원을 넘은 것은 2023년 10월 이후 31개월 만이라고 합니다.
같은 시장, 같은 급락인데 누군가는 "기다리면 된다"는 조언을 듣고, 누군가는 기다릴 새도 없이 계좌가 강제로 정리됩니다. 저는 이 갈림길의 한쪽을 5년 동안 걸어 본 사람입니다.
코로나 전후 상승장, '십만전자'가 눈앞이라던 시절에 저는 삼성전자를 9만 원대에 샀습니다. 그 뒤 5년, 극심한 변동을 거쳐 평균 단가를 6만 원대까지 내리는 물타기를 했고, 올해 초 그 평균 단가의 두 배쯤 되는 가격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때 제가 판 가격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매도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이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9만 원대에 사서 5년 만에 두 배에 팔기까지

'십만전자'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 저는 9만 원대에 삼성전자를 매수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흐릿하지만, 사상 최고가가 96,800원까지 갔다던 그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그 뒤로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주가는 고점에서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 구간에서 추가 매수를 여러 차례 반복해 평균 매입 단가를 6만 원대까지 낮췄습니다. 흔히 '물타기'라고 부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5년을 버틴 끝에 올해 초, 저는 물타기로 낮춘 평균 단가의 두 배쯤 되는 가격에 삼성전자를 전량 매도했습니다. 처음 산 9만 원대를 기준으로 보면 두 배가 아니라 훨씬 소박한 수익률입니다 — '두 배'는 어디까지나 5년간 낮춰 온 평균 단가 기준입니다. 그 뒤 주가는 한때 제가 판 가격의 두 배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저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더 버텼다면 훨씬 더 벌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매도를 실패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5년이 애초에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먼저 봐야 설명이 됩니다.
5년을 버틴 힘: 인내심이 아니라 돈의 성격
머니인더트랩에 출연한 존리 대표는 같은 폭락이 누구에게는 기회이고 누구에게는 재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늘같이 주가가 폭락했다. 굿 뉴스. 그걸 더 싸게 사잖아요. 이런 게 흔들리지 않죠. 근데 내가 빚을 내고 투자했으면 이자를 갚아야 되는데" (영상 내 발언, "폭락 직후 주식을 팔았다면 놓치게 되는 것").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반대매매 이야기로 넘어가고, 결국 빚내서 하지 말고 레버리지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정리됩니다.
같은 폭락을 두고 한쪽은 "더 싸게 살 기회"라 부르고, 다른 쪽은 이자를 갚지 못해 반대매매를 걱정합니다. 갈림길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돈이 빚인지 아닌지의 문제입니다.
JTBC News가 전한 반대매매의 구조는 이 차이를 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절차"입니다. "미수 거래가 아니었다면 반등 시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하락장에선 가장 낮은 호가에 주식을 강제로 팔게 돼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도 전합니다(영상 내 발언).
빚으로 산 주식은 '기다린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습니다. 기다림을 끊는 것은 투자자의 마음이 아니라 증권사의 계산입니다.
지식인사이드 채널의 합석에서 김학균 센터장도 같은 지점을 짚습니다. "이거를 내가 레버리지로 잡았어요. 그럼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에요. (…) 앞으로도 저는 주가가 굉장히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걸 견딜 수 있는 만큼 포지션을 잡고 가는 게 중요하고" ("장기 투자한다고 무조건 돈 버는 게 아닌 이유ㅣ지식인초대석: 합석 EP.14")
세 영상이 말하는 것은 결국 같습니다.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인지는 투자 판단이 옳고 그름과는 무관합니다.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 구분 | 여유 자금 | 빚낸 돈(신용·미수) |
|---|---|---|
| 폭락의 의미 | 더 싸게 살 기회 | 이자와 상환 압박 |
| 기다림 가능 여부 | 가능 | 증거금 부족 시 불가능 |
| 청산을 결정하는 주체 | 투자자 자신 | 증권사(반대매매) |
| 회복 국면 참여 | 보유 유지, 반등에 참여 | 이미 강제 매도돼 반등에서 소외 |
제 5년도 이 표의 왼쪽 칸에 있었습니다. 9만 원대에 사서 6만 원대까지 내려가는 동안, 그 돈은 당장 없어도 생활에 문제가 없는 돈이었습니다. 반대매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5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인내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기다림이 가능한 돈이었을 뿐입니다.
버티기의 조건: 기준 없는 인내의 한계

여기서 멈추면 이 글은 "여유 자금으로 오래 버티면 답이다"라는 또 다른 단순한 결론이 됩니다. 하지만 김학균 센터장은 같은 영상에서 정반대 방향의 숫자도 함께 내놓습니다. "평균으로서의 코스피는 네 배 올랐지만 오른 종목 한 500개, 떨어진 거 1,200개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 없으면 장기 투자한다고 해서 보답해 주지 않아요." (영상 내 발언, 지식인사이드)
지수가 네 배 오르는 동안에도 종목의 삼분의 이는 오히려 내렸습니다. 오래 들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버티는 사람과 그냥 물려 있는 사람을 가르는 걸까요.
김학균 센터장은 이 질문에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기준으로 답합니다. "투자는 내가 생각하는 적정한 가치에 대한 나의 기준이 있고 이보다 싼 가격에 사서 내가 적정하다는 가치까지 가기를 기다리는 건 투자고요. 이게 빠진 건 모두가 투기예요." (영상 내 발언, 지식인사이드)
이 기준으로 보면 제가 두 배에 판 것을 실패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저는 삼성전자의 '최고점'을 맞히려 한 것이 아니라, 물타기로 낮춘 평균 단가의 두 배라는 제 나름의 기준에 도달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기준에 닿았을 때 팔았을 뿐, 그 뒤에 주가가 얼마나 더 올랐는지는 애초에 제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반대로 기준 없이 그저 "삼성전자니까 오래 들고 있으면 언젠가는"이라는 마음으로 버텼다면, 저는 물타기를 하면서도 계속 불안했을 것입니다. 팔아야 할 이유도, 더 살 이유도 스스로 설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준이 있었기에 물타기도 매도도 제 판단의 결과로 남았습니다.
결론 및 요약
지금 급락장에서 "저점이다, 사서 기다려라"는 말은 어디서나 들립니다. 그 말 자체가 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조언이 통하는 데는 조건이 따로 있습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지금이 저점인가"가 아닙니다. "이 돈은 없어도 당장 문제가 없는, 기다릴 수 있는 돈인가"이고, 그다음이 "나는 이 종목의 적정 가치에 대한 내 기준을 갖고 있는가"입니다. 두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버틴 5년이었다면, 적어도 제 경우엔 투자가 아니라 그저 물려 있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제 5년은 이 두 질문에 우연히 '예'라고 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반대매매 뉴스와 저점론이 함께 흘러나오는 지금,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볼 질문은 이 두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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