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

기술을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라

서비나라 2009. 6. 26. 22:48
반응형

1884년 NCR이라는 회사에서 금전등록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금전등록기의 등장으로 소매유통업은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사무자동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 것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금전등록기의 판매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부터 금전등록기의 판매가 급신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금전등록기의 기능과 우수성을 설명하지 않고, 당시 가게 주인들이 고민하는 바를 세일즈 포인트로 잡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즉 금전등록기의 계산의 정확성과 빠름을 선전하기보다는 금전등록기가 점원들의 삥땅(?)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부터 가게 주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제품이라도 그 제품의 기능 자체보다는 그 기능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주에 보내드린 뉴스레터 17호에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스크린 도어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소개드릴까 합니다. 처음 스크린 도어가 설치 될 무렵 어떤 벤처 기업 사장님으로부터 스크린 도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기 전이라 저는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어떤 제품인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그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스크린 도어는 지금 우리가 지하철역에서 보는 옆으로 열리는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은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실제 안전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은 안전에는 절대 문제가 없다고 강변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내려오는 속도가 느린 것이 지하철 역 담당자들의 불만 사항이라, 더 빠르게 내려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로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은 스크린 도어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속도가 빠른 셔터 식 스크린 도어라뇨? 생각만 해도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여러 곳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고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곳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제 판단이 맞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엔지니어인 그 사장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그 제품을 개발하느라고 시간과 돈을 들였을 텐데, 조금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혜만 발휘했어도 지금쯤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대부분의 우리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벤처 붐이 한참 일어나서 엔지니어들이 벤처회사들을 많이 설립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 보다는 기술 자체를 개발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 엔지니어 창업자들이 사업 실패를 했던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나마 산업 사회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싸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사갔기 때문에, 오로지 싸고 좋은 제품만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제품은 기본이고, 그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 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와 콘텐츠가 중요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아마 요즘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요즘 핸드폰을 돈 주고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핸드폰이 공짜일까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핸드폰을 장만하는 경우에 처음에는 목돈이 들지 않지만, 결국 월 사용료 안에 핸드폰 기계 가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에만 그런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러한 마케팅 방식(저절로 사도록 공짜로 주고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은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일부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점차 집을 비롯한 모든 분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제품, 즉 기술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고, 수익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통해 창출되게 변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소비자들은 점차 핸드폰이나 냉장고, 집 등을 소유하는 데에 가치를 두지 않고, 그 제품들이 자신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느냐를 기준으로 돈을 지불하도록 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제품, 즉 기술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엔지니어들은 제품, 즉 기술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http://cafe.daum.net/on-carrier/<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제 강연을 요청하실 분들은 제 핸드폰(김송호박사-010-6358-0057)이나 이메일(songho_kim@yahoo.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강연 분야>
- 학생 대상: 공학교육/ 취업/여성/기술
- 교수 대상: 공학교육 방향
- 기업 대상: 커뮤니케이션/ 커리어 개발
- 기타 분야: 행복한 부부/ 남녀의 차이 이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