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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병철] '영어 제국'이 날로 팽창세다. 지구촌에 영어 열풍이 분 것은 이미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그 열기가 식기는커녕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0일 "단 하나의 언어가 세계 공용어로 지구촌 곳곳에서 인정받는 것은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웨일스대 데이비드 크리스털(언어학) 교수는 "한 언어가 지구촌 전역에서 글로벌 언어로 대접받은 것은 영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언어학자들은 "미국의 시대보다 영어의 시대가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영어 쓸 것"=IHT는 현재 세계 인구 65억 명 중 4분의 1 정도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는 4억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제1외국어로 쓰는 사람이 5억 명에 육박한다. 여기에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워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구가 또 7억5000만 명에 이른다. 영국 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은 "조만간 영어 사용자가 세계 인구의 3분의 1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어 열풍은 세계화에 따라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초강대국 미국과 영어의 본산인 영국의 힘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도 영어가 세계 공용어의 지위를 굳히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의 80%가 영어로 돼 있다. 미국 맨해튼연구소의 언어학자 존 맥워터는 "최근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터넷 인구가 늘고 있지만 프로그램 용어와 문서가 대부분 영어로 돼 있어 영어를 위협하기에 역부족"이라며 "러시아 영향권인 발트해의 에스토니아에서도 인터넷 때문에 영어가 제1외국어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비영어권에서도 영어 강의 붐=중국의 영어 교육 열기에 힘입어 영국은 앞으로 15년 동안 영어 학습교재 수출로 2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칭화대(淸華大)의 경우 전체 강의의 절반을 영어로 하는 것을 목표로 교과목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에서도 상경계나 이공계 그랑제콜(엘리트 교육기관)에서는 영어로 강의하는 곳이 많다. 한국에서도 연세대가 지난해 3월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언더우드 국제학부를 만들었다. 고려대.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도 비슷한 추세다. 중동과 이슬람 세계에서도 영어 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IHT는 "아랍 테러리스트들도 선전 방송은 영어로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포스트는 이슬람 국가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자국의 슬레만에서 조만간 문을 열 이슬람식 기숙학교가 최근 영어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의 유디안 와흐유디 교장은 "이슬람 세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영어의 세력 확장에 맞서고 있는 언어는 중국어와 스페인어 정도다. 두 언어는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워낙 많아 영어 열풍에도 기죽지 않고 있다. 중국은 영어를 경쟁 언어로 삼아 중국어 해외 보급을 추진해 왔다.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 대부분 국가에서 모국어로 사용되는 스페인어는 빠른 인구 증가세를 바탕으로 꾸준히 저변을 늘려 가고 있다. 강병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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