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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강연을 다니다보면 울분을 토하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의 요점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서는 지방 대학이라고 차별해서 서류 전형에서부터 차별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그런 차별이 온당 하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을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더 좋은 길을 소개할까 합니다.


왜 공대 졸업생들은 꼭 공장과 연구소에만 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지금은 기술 기반의 사회입니다. 기술이 모든 일상생활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사회라는 뜻입니다.

실제 기술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데 반하여, 우리 엔지니어들의 의식은 아직도 공장과 연구소 근처를 맴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만 해도, 과거에는 은행이 하는 일이 주로 담보를 제공받아 그 가치를 판정하고 그에 맞추어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때에는 엔지니어들이 은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서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기술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기술을 모르고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즉 현대 금융 분야에는 엔지니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 분야에 필요한 엔지니어를 키워내는 대학이나 학과가 있나요?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이공계 위기를 논하면서 가장 흔히 나오는 얘기가 공대를 졸업하고 의대로 편입하는 문제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대 졸업생이 의대를 가는 것은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그건 한 마디로 이제는 의료 행위에도 기술이 필수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각종 진단기기의 발달로 전통적인 청진기에 의존하는 의사의 역할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진단기기로부터 나오는 디지털 정보와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진단도 컴퓨터가 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더 나아가 생명공학의 발달은 장기이식과 유전자 조작으로 기존 의사의 역할은 사라지거나 약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의료 분야도 엔지니어의 영역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공대생들의 의공학과나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기존의 공장이나 연구소에 취업하던 엔지니어들을 ‘전통기술자’라고 구분한다면, 저는 이렇게 새로운 시대에 맞게 창출되는 분야의 엔지니어들을 ‘지식기술자’라고 부릅니다. 전통기술자들을 양성하는 데는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기술자를 양성하는 데는 지방대학이라고 해서 불리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학인증제’에서 추구하는 차별화된 인재 양성 목표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뒤로 한 채 ‘글로벌 인재’ ‘전문 지식을 갖춘 기술자’ 등, 어느 대학에서나 별로 다를 바 없는 인재 양성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각 대학별로도 ‘기술 영업에 뛰어난 기술자 양성’, ‘특허 분쟁 해결에 뛰어난 법조 기술자 양성’ ‘증권 분석에 뛰어난 기술자 양성’ 등 각 대학별로 차별화된 인재 양성 목표를 가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개별적인 학생 기준으로는 ‘첨단 연구에 필요한 기술자’, ‘해외 영업에 적합한 외국어와 영업 능력을 갖춘 기술자’, ‘기술의 미래를 꿰뚫어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경영기술자’ 등 학생 개개인에 맞는 맞춤 교육이 실현되는 날, 현재의 이공계 위기가 오히려 발전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Posted by 서비나라 서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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