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

돼지독감 vs. 조류독감 vs. 광우병

서비나라 2009. 5. 3. 22:59
반응형


돼지 독감(Swine Influenza) 때문에 또 다시 한바탕 홍역을 치를 모양이군요... 진원지인 멕시코에서는 벌써 사망자가 150명 가량 되고,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군요... 우리나라에도 환자가 몇명 있는 듯하고...

각종 인수(人獸)공통 전염병들이 바야흐로 인간을 공격하는 듯합니다. 더구나 이번 돼지 독감은 조류 독감과 달리 사람과 사람 간에도 전이가 된다니, 더 위협이 될만 합니다. 그간 조류 독감의 사람 간 전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왔는데, 돼지 독감이 먼저 선수(?)를 치는군요...

새로운 독감이 창궐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지난 스페인 독감의 악몽을 떠올리곤 하는데... 제 1차 세계대전 직후 스페인 독감은 세계적으로 최대 5,000만명 가량의 기록적인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지요...

돼지 독감이 대유행병(pandemic)이 될 가능성은 아직 반반인 듯합니다. 사람 간에 전염은 되지만, 독성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정작 돼지독감으로 죽은 돼지는 아직 한마리도 보고되지 않은 것도 특이합니다. 조류 독감은 한번 퍼지면 닭, 오리가 떼죽음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튼 이번에는 정부가 보다 적절하고 현명하게 대응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작년처럼 광우병 때문에 온 나라를 난리통으로 몰아넣지 말고... )

어제 YTN 과학방송 녹화 차 방송국에 들러서, 이번 돼지 독감 등을 비롯한 정부의 재난 관리와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논평을 하고 왔습니다... 오늘 오후에 방송될 예정입니다만...
(YTN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과학 채널인 '사이언스 TV'는 보는 분이 매우 드물 듯한데, 심야 시간 대에 YTN에서 하는 재방송에서는 저를 보았다는 분이 간혹 있더군요...^^)

몇년 전에 광우병과 조류 독감에 대해 (그리고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쓴 글들을 첨부합니다...


※ 인간의 탐욕, 국가의 비밀주의, 그리고 광우병의 공포(2003. 12)


광우병으로 인하여 나라 안팎이 온통 소란스럽다. 얼마 전에 국내에서 닭, 오리 등에 급속히 감염, 전파된 조류독감의 충격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미국산 젖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였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게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각종 인수(人獸) 공통성 전염병이 창궐하는 마당에,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소가 미친다는 의미로 광우병(狂牛病; Mad cow disease)이라 널리 불리는 이 증상의 학술적인 병명은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이다. 소의 뇌신경 조직을 침범하여 뇌가 스폰지 모양으로 변하면서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이 병은 무서운 증상뿐만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역시 매우 독특하고 기묘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것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보다 더 큰 기생충에 감염되어 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겠으나, 아무튼 이 경우 역시 '살아 있는 생물'이 병을 전파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감기, 독감을 비롯하여,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염병들은 거의 예외 없이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매우 작은 미생물이 숙주들간에 전파하고 지속적으로 자기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전염된다.

그런데 광우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이 살아있는 생물체가 아니라, 프리온(Prion)이라 불리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즉 프리온은 다른 병원체와는 달리 유전자를 지니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성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매우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프리온이라는 명칭 자체도 단백질(Protein)과 바이러스 입자(Virion)의 합성어로서,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을 가진 단백질 입자라는 뜻이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kop disease; VCJD) 역시 프리온 단백질이 병을 일으키며 광우병과 증상이 매우 비슷할 뿐만 아니라, 소의 광우병과 발생 시기, 지역 등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함으로써 발생하였을 것이라는 설이 매우 유력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소의 광우병 발병 역시 잘 알려진 대로 고기와 뼈가 섞인 사료를 소에게 먹임으로써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사료를 절약하기 위하여 '소에게 소를 먹이는' 어처구니없는 탐욕이 무서운 신종 병을 낳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소는 초식동물이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도 도가 지나쳤던 셈이다.

광우병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깊이 생각해야 할 고민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도 자주 나오듯이, 동물의 조직이 들어있는 사료를 써서는 안되며 가축들로 하여금 그들 본래의 자연식을 먹게 해야 한다든가, 병든 동물의 뇌, 척수, 내장 등의 단백 조직이 인간의 식품이나 화장품, 의약품 등에 섞이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만한 일들도 있다.

첫째는 위험성이 큰 사안들에 대한 정부와 과학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대중들의 신뢰 문제이다.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곳이자 최대 피해국이었던 영국에서는, 광우병 공포가 번지기 시작하던 지난 1990년에 농업장관과 4살 난 그의 딸이 함께 쇠고기를 넣은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전국에 방영함으로써 영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시민들의 지나친 불안이나 심리적인 동요를 막고 축산농가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겠지만, 몇 년 이후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인한 인적, 물질적 손실은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영국 정부와 과학자문위원회가 광우병에 관한 대응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뼈아픈 교훈으로서 정부와 과학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상실을 거론하면서, 비밀주의와 온정주의가 모두를 망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언론과 대중에게 지나친 공포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여 광우병에 관한 정보 공개를 꺼렸으나, 결과적으로 공개적인 토론 등을 통하여 광우병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채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운 꼴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에 의한 정보 차단과 은폐는 [브레이크 아웃]과 같은 SF 재난영화에서도 나온 바 있지만, 국민들이 우려와 의혹을 가지는 사안들에 대하여 '무조건 안전하고 걱정 없다'는 식의 주장을 남발하는 우리 정부당국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각종 식품과 물자들이 수시로 국경을 넘나드는 오늘날, 수인감염(獸人感染) 전염병에 대한 보다 철저하고 근본적인 예방책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조류 독감과 광우병뿐만 아니라, 동물로부터 감염되는 병원체는 이미 150가지를 넘는다. 이들 중에는 종(種)을 뛰어 넘으면서 더욱 무섭고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성질이 변하기도 하고, 동물에게는 괜찮다가도 사람에게는 치명적이 되는 질병들도 많다. 침팬지로부터 유래된 에이즈(AIDS)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에이즈보다 훨씬 더 무섭고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광우병 사태는 식품의 세계화에 대비한 숙제와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고도 하겠다.

※ 조류독감은 ‘인간독감’이 될 것인가?(2005. 10)

조류독감이라는, 예전에는 별로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름의 전염병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칭 조류독감이라 불리는 가축 전염병의 정확한 병명은 '가금(家禽) 인플루엔자(Avion Influenza)'로서, 닭, 오리, 칠면조, 야생조류 등 여러 조류에서 감염되는 질병이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virus)의 일종으로서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조류에만 급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줄로 알았으나, 지난 1997년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변종에 감염되어 사망한 희생자가 홍콩에서 발생한 이후로 이 바이러스가 조류의 배설물 등을 통하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조류독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간 감염사례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에서도 조류독감이 발견되고 중동, 아프리카, 미주 지역에까지 확산이 우려되는 등, 바야흐로 전 세계가 조류독감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에 갑자기 번지기 시작한 조류독감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서 청둥오리 등의 겨울 철새들이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 중에서도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H5N1’으로, 조류 뿐만 아니라 이미 인간에도 감염되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 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이 가능한 ‘인간독감’으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다행히 아직은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서도 전염된다는 확증은 없으나, 결국 인간독감으로 변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인간에게 유행하는 독감과 조류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전자 교환 등을 통하여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만약 조류독감의 인체 간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순식간에 수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그 피해는 추정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관련 당국과 과학자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191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킨, 이른바 ‘스페인 독감’과 조류 독감의 관계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주로 참전 군인들에 의해 전염된 스페인 독감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감염되고 전체 사망자 수만 최소 2천 5백만 명에서 5천만 명까지로 추산되므로, 중세 이후로 가끔씩 유럽 전역을 황폐화시킨 흑사병(페스트)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를 기록하는 악명을 떨친 셈이다.

이러한 스페인 독감은 그동안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조류로부터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만 제기됐었는데, 최근에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즉 미국의 연구팀이 1918년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여 알래스카에 묻힌 한 사망자의 폐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하여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 독감의 바이러스인 H1N1이 지금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과학저널인 ‘네이처’, ‘사이언스’에도 논문으로 발표되었는데, 스페인 독감의 H1N1 바이러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변종 아미노산들을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과 일부 공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난 스페인 독감은 ‘사람 간에 전염이 가능한 조류독감의 일종’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결론이다.

조류독감의 가공할 위험성이 갈수록 다가오는 마당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리게 되었으며,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역시 더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흥분이나 막연한 불안감의 유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욱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 당국은 과거에 비슷한 사안 등에서 되풀이되었듯이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은폐하거나 축소시키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적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백신의 확보 및 여러 대응책 마련 등에서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 대중들 역시 관련 축산제품을 무조건 멀리하는 등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조류 독감 사건은 우리의 방역 능력과 아울러 국가적 ‘위험 커뮤니케이션’ 및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지도 모른다.

(출처 & 글 :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성우위원님 프로필 : http://www.linknow.kr/default/055714d967

★ 질병관리본부 사이트 : http://www.cdc.go.kr/kcdchom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