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이야기

UCC, 어디까지 왔나?

서비나라 2006. 7. 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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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는 ‘참여와 공유’의 웹2.0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인터넷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에 걸쳐 주요 마케팅 이슈로도 확산되고 있다.

UCC의 다양한 활용 범위를 살펴보고, 올바른 UCC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주요 선결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인류가 근대적 의미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이전에는 수공업 생산의 시대로 장인들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판매해 왔다. 대표적인 대량생산의 시작은 1908년 포드자동차의 ‘모델T’의 등장으로 대중을 위한 대량생산 시대가 개막됐다.

또한 그 이전인 1888년에는 이스트만 건판 필름회사에서 최초의 필름카메라 ‘코닥 카메라’를 발명하면서 카메라의 대중화는 물론 사진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대됐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고 나서 사용자들은 좀더 자기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을 원했고, 곧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산업 흐름의 변화가 UCC(사용자생산콘텐츠)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기존의 전통적 산업의 흐름과 인터넷 산업의 그것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초창기 인터넷 산업에서의 대량생산은 포털 사이트의 등장과 비교된다. 검색 기능을 통해 웹 상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웹 문서들을 사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해 주던 것이, 이제는 사용자의 입맛에 맞도록 카테고리 별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분류해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서서히 발전해 갔다.

그리고 이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콘텐츠를 직접 만들기를 원하는 UCC 방식을 원하고 있으며, 전통적 산업은 물론 인터넷 산업 전반에 UCC가 메가 트렌드로 등장했다.

UCC의 개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는데, 80년대 출간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생산자가 곧 소비자라는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 개념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 80년대 말에 등장한 EUC(End User Computing) 또한 사용자가 원하는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쓰라는 의미에서 UCC 개념이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UC는 당시 프로그래머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기업 전산 담당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배워서 필요한 것을 개발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중요한 것은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해도 각종 개발 툴이 나오면서 직접 개발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기에 이것이 가능했다.

요즘 웹2.0 트렌드에서 UCC에 대한 관심의 증폭은, EUC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UCC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웹, HTML, 이미지 툴, 디카, 모바일 등)가 갖춰졌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사용자들은, 서비스 제공자인 포털이 제공할 수 없는, 생생하고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포털 중심으로 확산되는 UCC 문화

이렇듯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 간에 정보를 유통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앨빈 토플러가 언급했던 대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주요 포털이 UCC 모듈을 수용하면서 UCC는 인터넷 산업의 중심에 있는 포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블로그 전문 사이트 및 동영상 전문업체는 물론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 개념의 산업군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국내 주요 포털들은 올해 초부터 UCC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등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지식iN’과 같은 텍스트 기반의 UCC를 뛰어 넘어 이미지와 동영상 등을 기반으로 한 멀티미디어 UCC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포털들은 기본적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텍스트 기반 UCC를 확보하고, 여기에 사용자가 직접 동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 할 수 있는 동영상/이미지 UC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의 ‘네이버 플레이’, 다음의 ‘TV팟’, 야후코리아의 ‘야미’, 파란닷컴의 ‘엠박스’, 그리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동영상 업로드 기능 등이 대표적인 동영상 UCC 서비스다.

포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상의 최신 이슈를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 가는 ‘붐업’ 서비스, 만화 UCC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선뿐 아니라 무선으로도 UCC 업로드가 가능하도록 휴대폰 동영상 업로드 기능도 준비 중이다.

또한 이글루스, 올블로그와 같은 블로그 전문 사이트에서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블로거들을 통해 양질의 UCC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이들은 생활, 문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의 UCC를 창조하고 있는데 이미지 및 동영상 서비스가 지원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콘텐츠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양산업으로 접어드는 전통 미디어, UCC 활용 필요

한편, 인터넷 상에서 UCC를 통해 다양한 정보 유통체계가 형성되자 신문, TV 등 전통적 미디어인 오프라인 매체는 사양 산업으로 몰리고 있다. 그 동안 전통적 의미의 매체와 기자들이 가졌던 ‘파워’는 한정된 공간(지면, 시간대 편성)에서부터 나왔다.

그렇지만 인터넷에는 다양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 있을 뿐 아니라, 네티즌들은 이제 정보를 소비하는 독자가 아닌 생산자의 역할까지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웹2.0이 지향하는 참여와 공유의 개념의 UCC가 모여있는 인터넷의 정보들은 기존 매체의 그것보다 더 뛰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온라인이 함께 하는 ‘크로스 미디어’ 전략이 필요한데, 여기서도 UCC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즉, 단방향성을 지향하는 오프라인 매체에서 쌍방향성의 온라인 습성을 이용하는 것은 이 전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일례로, 취재할 내용을 미리 웹사이트에 미리 공지함으로써 취재원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직접 작성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은 해외 및 일부 언론사에서 조심스럽게 도입하고 있다. 또한 ‘시민이 곧 기자’라는 기치하에 뉴스를 생산해 내고 있는 ‘오마이뉴스’도 빼놓을 수 없는 UCC 성공사례 중 하나로 최근에는 동영상 시민기자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조선일보에서는 합작법인인 동영상 전문업체 ‘엠군’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UCC를 기사와 연계하는 방안을 찾는 등 오프라인 매체 역시 UCC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플리커, 유튜브닷컴 등이 UCC 문화 선도

해외의 UCC 경향도 국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는 아무래도 인터넷의 발상지인 북미 지역을 일컫는다. 그들도 구글, 야후 등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 및 전문 사이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UCC를 생성하고 있다.

굳이 다른 점을 지적하자면 우리나라와 달리 토론 문화가 발달해 있어 포털 위주가 아닌 전문 블로그 네트워크 형성이 잘돼있고, 사용자 기반이 많다 보니 동영상이나 이미지 전문 UCC 사이트 운영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UCC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를 비롯해, 얼마 전에는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을 도입한 야후닷컴의 ‘야후 포토’ 베타 서비스가 오픈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구글과 야후닷컴 모두 비디오 서비스 강화에 나섰으며, 전세계 인터넷 비디오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유튜브닷컴에는 하루 평균 600만 명이 방문하며 3만5천 여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며 현재(06년 6월 기준) 누적 동영상만 4천만 건에 달한다.

업계 일부에서는 국내 웹2.0 수준이 미국 등 IT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 어디보다 발달된 IT 인프라 위에 구축된 인터넷 환경과 2천960만(06년 6월 현재)에 달하는 인터넷 사용인구 탓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UCC 문화를 형성한 단계이다.

고객 참여형 마케팅 시대 도래

흔히들 UCC라고 하면,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인터넷 상에서 사용자들이 직접 업로드하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UCC가 적용되는 범위는 매우 넓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낯익은 UCC 관련 마케팅 사례들이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단 지성’을 활용한 전자상거래 부분이다. 컴퓨터를 구매를 단계별로 예를 들어보자. 1단계는 기업에 의해 제공된 각종 광고를 통해 컴퓨터를 구매했다면, 2단계로 넘어가서는 인터넷 가격비교를 통해 사양과 최저가를 알고 직접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했다.

그리고 현 단계에 이르러서는 직접 매장에 갈 필요 없이 해당 컴퓨터에 관련된 각종 UCC(쇼핑몰 사용후기, 커뮤니티 게시판과 댓글, 네이버 지식iN 등)을 통해 제품 신뢰도를 평가하고 구매하고 있다.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 인터넷 상의 UCC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마케팅 채널로서 UCC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또 인터넷 구전 마케팅으로도 확산 적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의 애니콜이다. 이효리와 에릭을 주연으로 시리즈 동영상 물을 제작하고 음악까지 만든 ‘애니모션’은 주인공 및 노래의 인기와 더불어 인터넷 상에 삽시간에 퍼지면서 대단한 성과를 일궈냈다. 물론 이는 소비자가 직접 생산한 콘텐츠는 아니지만 많은 네티즌이 이를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 사용하면서 기업의 브랜드 콘텐츠가 UCC처럼 활용된 사례다.

옥션, G마켓, 이베이처럼 판매자가 곧 소비자인 오픈마켓도 UCC의 범위에 든다. 개인도 뭉치면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오픈마켓에서는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큰 이점이 있어 기존 쇼핑몰을 이미 능가한 상태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광고를 함에 있어 이전과 달리 사용자 참여형의 프로모션을 진행해 UCC 확보를 유도하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례는 고객주도형의 상품개발 부분이다. 일본의 타노미닷컴이란 쇼핑사이트에서는 사용자의 상품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용자에 의해 축적된 40만 건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42건의 상품이 개발됐는데, 사전 수주시스템으로 1,000건 이상의 주문이 있을 경우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돈과 윤리’가 UCC 문화 정착시킬 것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UCC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포털이나 블로그에 단순히 글을 올리는 수준에서부터 폰카/디카를 이용한 동영상 제작, 그리고 기업의 마케팅 채널로까지 응용되는 UCC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생산되고 산업에 응용될 것이다.

그러나 UCC 활용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명제는 바로 ‘돈’이고 두 번째는 ‘윤리’ 부분이다.

우선 ‘돈’에 대해서는 UCC에 대한 저작권 문제와 여기서 파생되는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보상 방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시판 댓글까지 포함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UCC 중 단 5% 미만이 사용자가 직접 생산한 순수 UCC이며 나머지 95% 이상은 기존의 콘텐츠(동영상, 이미지, 텍스트, 해외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차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미래 산업에 있어 메가 트렌드가 될 UCC의 활용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UCC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포털이나 기업에서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사업자는 가치 있는 UCC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해 일정 부분의 수익을 제공해 줘야 한다. 해외에서 애플, 소니, GM 등의 기업이 우승 상금을 걸고 소비자가 만드는 광고와 같은 UCC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윤리’ 부분이다. 개인이 작성한 글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해 이를 스크랩해서 배포하는 것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상업적 의도로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해서는 저작권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사용자들이 비상업적 목적으로 올린 콘텐츠라고는 하지만 결국 포털이나 동영상전문 사이트에서 게재가 된다는 것은 상업적 활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이에 대한 법안이나 판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UCC 시장이 커지고 사업적 평가를 할 때면 복잡한 법적 문제에 부딪힐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디어와 저널리즘과 관계해서는 ‘개똥녀 사건’, ‘임시직 여교사 성폭행’ 등의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와 파파라치와 같은 형태의 UCC로 인해 저널리즘의 윤리적 타락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참여를 통한 정보의 공유에서 시작된 UCC 문화가 바람직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자정의지는 물론, UCC의 상업적 잠재 가치에 따른 미디어와 기업 차원의 새로운 문화 창달이 필요하다. @

[* 이 내용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발간하는 ‘따뜻한디지털세상’ 7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김효정 기자 ( ZDNet 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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