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에피소드 i - "경력을 프리젠테이션해보세요"
모 업체의 면접을 보고 왔다. 생전 이렇게 재미있는 면접은 처음이었는데 이제 썰풀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거린다. 포복절도 면접 이렇게 진행되다. (두둥)
면접관 1(이하 1) : "경력을 프리젠테이션해보세요"
나 : (속으로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어쩌구(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줬으나, 여기선 쓸 필요가 없는듯 하야 생략한다)
이 부분, 영어의 쓰임새를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다. 나도 면접을 몇번 진행해봤지만, 이 경우, 어설픈 영어보다는 그냥 "이력서에 공개된 경력을 설명해보세요"가 났다. 면접을 몇번 본 적이 없거나, 면접 스킬이 부족한 부분이다. 이 글을 만약(그럴리는 없겠지만) 보게 된다면 앞으로는 그러지 않길 부탁드린다. 면접자에게 첫 인상부터 안좋게 딱 찍힌다. 되도록이면 면접자에게 압박 면접을 실시하려는 목적이라면, 떼거리로 한 세네명이 앉아서 전문분야에 대한 심층면접이 더욱 구직자의 면면을 볼 수 있다. 참고하시라.
또한, 재미있는건 계속 이어진다.
1 : 우리 회사는 xx씨가 그동안 기획만 주로 하시던 것과 달리, 여러가지 업무를 하게 될 겁니다. 또한 성인싸이트도 운영해야 할 텐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큰 반감이 없으신가요?
나 : 당연히 없습니다. 그동안 근무 해 본 곳 중 한군데는 성인싸이트를 직접 책임지고 PM(Project Manager)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거기다가, 오히려(웃음) 인터넷에서 돈이 될 수 있는 몇개 안되는 모델 중 하나가 성인모델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웃음)
면접자 2(이하 2) : 그러고 보니까 나이가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하셨네요. 그때는 굉장히 인터넷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을 때였는데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나 : 아, 관심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따분한 학교보다는 (웃음) 회사가 더 맘에 들었고, 검정고시로 학교만 극복하고 나면, 사회에선 오히려 플러스 효과라고 판단했고, 또 플러스가 되건 마이너스가 됐건, 학교라는 곳 보다는 사회라는 곳이 더욱 더 많이 배울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지금 재미있게 살고 있지요 (웃음)
1: (웃음)
2: (입술 꾹 다뭄)
기합을 너무 주면 구汰渼?(특히 나처럼 면접을 통과의례나 혹은 안되겠다 싶으면 알려주는 스타일을 만나면)이제 아주 막가자는 거지요.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거, 의외로 면접자가 가지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확 깎이는 것 중에 하나다. 압박면접은 사람의 대처 방법을 보기 위한 방편이지만, 이렇게 진행되는 면접은 오히려 구직자에게. "쟤들이 쓸 마음이 없구나."라는걸 간파하게 된다.
면접 에피소드 ii - "창녀촌에서 여자를 컨텍할 수 있겠습니까?"
이 부분, 상당히 깬 부분이다. 아무리 그곳이 돈에 환장한 기업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질문을 대놓고 하면 안된다. 나같은 왕뻔뻔이기에 이정도 받아친거다. 자세한 상황은 아래를 참조하시라.
1: 아까 말씀하신데로, 성인싸이트는 인터넷에서 돈이 될 수 있는 모델중에 가장 강력한 모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해서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나 : 분명히 성인싸이트는 기존의 포털에 광고하고, 키워드 좋은거 딴다고 광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휴마케팅을 비롯하여, 혼자 다 먹는 것이 아닌 같이 먹고 살 수 있어야 수익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먹는 문화에서 같이 먹는 문화로 간게 벤쳐지요. 또한, 면접에서 그걸 대답할 수 있다면 - 물론, 이 기업에 대한 내부사정을 모르고 말입니다. - 저는 무지하게 똑똑한 천재 아니겠습니까?
1 : 아니.. 그냥 생각해본거 없으십니까?
나 : 글쎄요. 언뜻 생각하는건 제휴마케팅, 생동감있는 생쑈를 생각했습니다만 (웃음) 아니라면 이슈화된 - 가령 영등위와 싸우는 인터넷 포르노 싸이트 정도라든지, 이런건 장기적으로 마케팅 포지션이 될 수 있을꺼라고 얼핏 생각이 듭니다만-것들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2 : 좀 더 구체적으로..
나 : 구체적으로 지금 말하라고 하시면 대답을 못하지요. 제가 이 기업의 내부사정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포지션을 확실히 정한 것도 아니고, 또한 그런건, 공유하면서 알아가야 하는(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내 예전 면접자가 한말 베꼈다. 그네들도 느꼈을꺼다) 거 아니겠습니까? 또한 그게 맞는 리더쉽이구요.
제대로 된 생각이라면 이정도에서 그쳤어야 한다. 이어지는게 가관이다.
1:창녀촌 - 뭐, 588이라든지, 용산이라든지 - 이런데서 여자들을 컨텍할 수 있겠습니까?
나: 그걸 싫어하는 남자가 있겠습니까?
1 : (웃음)
2 : (얼굴 확 찌푸림)
물론, 쟤들은 성인싸이트에 내가 뭔 큰 반감을 가질까봐 한 소리일수도 있겠지만, 저건 물어볼 말이 아니다. 아니, 누누히 말했지만, 내가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본 건, 지들이 만들어놓은 IR SITE(그것도 졸라 같잖은)가 전부인데, 도데체 아무것도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도 않은 채, 뭔 대답을 바라는 것인가. 면접은, 이따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면접은 사측만 보는 것이 아닌, 직원이 될(혹은 되지 못할) 사람도 보는거다. 동일한 위치에서 보는 것이란 말이다. 너희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서 말해야 하는거다. 아시겠는가?
이후에 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2: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외판원으로 나가서 타켓마케팅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기획자로 입사해서 외판원 비슷하게 일을 하게 된다면, 그럴 경우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 물론 그럴 경우에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아 이거다. 싶은 비젼이 보인다면, 당연히 나가서 하지 말래도 하겠지요. 그걸 제공해주느냐, 못해주느냐가 경영진과 윗사람의 도리라고 생각됩니다만
1: 그렇다면 만약 생각하셔서 아니다. 라고 생각하시면 사표쓰고 나가실껍니까?
나 : 그건 아니죠. 뭐,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꼴리면 출세하라고, 끝까지 부당함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죠. 그러고서 안되면 정히 안된다면 그 이후에 생각을 해야 하겠죠.
2: 사표를 쓰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나 : 그 상황이 왔을때 생각하겠습니다. (웃음)
1: (웃음)
난 문득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 사람들인지 궁금해졌다. 성인시장이 과도하게(알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성장하다 보니, 조폭들이 끼어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 십중팔구는 조폭이 끼어있는거 아닌지 궁금해졌다. 외판원? 솔직한거 좋다. 좋은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회사가 뭔지 설명해주지도 않고, 대충 성인싸이트다라고 말하면서 넌 이회사에 얼마나 충성할 수 있느냐라고 요구하는 것은 개념없는 오너들이다. 당신들은, 그러면서 이태백을 욕하면 안된다. 어느 이태백에게 다 물어봐라. 비젼이 보이고, 길이 보인다면, 그 길을 공유한다면 어느 이태백이 영업을 안하겠는가. 니들이 워낙 많이 사기를 쳐서 그런거 아니냐. 씨바. 속이지좀 마라. 쫌.
이후에 몇가지 말이 더 있었지만 그럭저럭 가관은 아니었다. 뭐, 신변잡기, 등등, 하고서 마지막에 두 인간이 서로 다른(한사람은 다음주에 연락을 드리면 2차면접을 잡고와 한사람은 다음주에 2차면접을 준비하라는)것을 말하는 거 빼고는 그다지 웃긴건 없었다.
이태백 욕하기 전에, 니들 좀 되돌아봐라. 제발
이 글 볼 인사담당자가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씩 인사담당들이 말하는 꼬라지 보면 "우리회사에 면접을 보러 안오네~ 어쩌네~" 개소리하는 인간들이 졸라 많다. 나, 이거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걔들이 툭하면 하는 소리 있다. "우리는 80받으면서 30일 내내 일했어도 보람을 갖고 일했고, 그래서 노력하다 보니까 이렇게 왔다. 요즘애들은 개념두 없고, 일에 보람두 없고, 툭하면 관두기나 하고, 힘든 일 안하려고 들고.. 씨바" 라고 해댄다. 본 필자, 이소리 들으면 눈에서 확 돈다. 이놈들, 제정신이냐?
누누히 말하지만, 지금은 당신들이 만원짜리 한장 들고 나가서 장바구니에 한가득 사올 수 있었던 시절도 아니고, 뭐 하나 먹으려면 3-4만원은 기본으로 깨지는 물가에, 방세만 해도 15-20만원에 육박한다. 거기다 교통비, 한달 다니려면 10-15만원 깨지는거 기본이다. (주 5일 근무제로 잡아서) 하루 4000원(가장 싼걸로 잡았을 경우)을 점심 식대로 계산했을 때 한달이면 20만원이다. 거기다, 먹고 싸기만 하냐? 옷도 사입어야지? 요즘 옷 좀 괜찮은거 (필자도 옷 졸라 안사입는 편이지만) 살려면 3-4만원이다. 한두벌로 되니? 깨끗하게 입으려면 두세벌은 사야지? 여기까지만 해도 90-100만원이다. 거기다가 사회에서 적금도 하나 안들고 사냐? 적금 하나 (일년에 400기준으로) 하려면 그것만 해도 40만원이다. 토탈, 140만원이다. 뭐? 억울하면 출세하면 되지 않냐고? 씨바야, 쓸려면 제대로 써. 못해도 먹고 살려는 돈은 어디서 나오냐 앙? -_-+
그러면 저사람들 분명히 이렇게 말할꺼다. "그건 니가 안아껴서 그런거 아니냐" 라고, 나 분명히 말한다. 나 회사 다닐때 봉급 받아서 절반이상 적금 부었다. 그리고, 나 덕분에 내 주위 사람들한테 쪼잔한 놈이라고 졸라 탄핵받고 살았다. 이거, 20대가 살 수 있는 분위기냐?
최소한, 당신들이 제정신이라면, 이태백 욕하지 마라. 당신들 기업이 정말 어렵고 힘들고 그래서 그 잘난 입으로 주장하는 회사를 같이 키우고 할 사람을 구한다면 비젼을 확실히 보여줘라. 괜히 기밀이네 어쩌네 하면서 사람 기만하지 말고, 제대로 승부하란 말이다. 그러면서 자꾸 요즘 애들이 배가 부르네 어쩌네 하지 말고. 아니면 회사를 키워서 사람을 뽑던가.
부탁인데, 공정하게 게임하자. 자꾸 속이려고 들지 말고. 사람 약올리는 거뚜 아니고, 경력 7년차가, 2x00만원 불렀으면, 대기업 초임급이다. 중소기업, 특히 IT들, 어려운거 안다. 어려운거 아는데, 최소한 게임 룰은 지키면서 해야 될거 아닌가. 사람 불러놓고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는 이런이런 비젼이 있는데, 같이 가실 수 있겠습니까"같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 한마디만 해봐라, 이태백들, 뻑갈꺼다. 아 이회사는 내가 들어가도 배울게 있겠구나, 연봉은 어쩌든, 이 회사에 들어가면 정말 제대로 된 배움과, 제대로 된 사회를 배울 수 있겠구나. 느낄꺼다.
누누히 말하지만, 인재를 모으려면, 스스로 인재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라. 그리고서 아쉬운 점을 말하라. 그래야 당신들이 말하는 한가족이 될 수 있는거다. 어설프게 하지 말고. 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