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이야기

거지에게 배우는 마케팅

서비나라 2006. 4. 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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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에게 배우는 마케팅

[출처:seri.org 마케팅제휴담당자모임]

1. 거지도 벤처다 : 당신은 거지의 타겟 고객

당신은 길거리의 거지들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그들을 보면 어떠한 생각을 하는가? 거지는 불쌍하게 보여서 뭔가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누군가 도와줄 테니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 거지를 도와줘도 그 배후에 누군가 있어 결국 거지 수중에 별로 남는 것이 없을 테니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장애자 거지를 보고 그 사람은 아마도 장애자가 아닐거야’ 하면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는 않는가?


사실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동냥을 원하는 진짜 거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은 거지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우리는 거지를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인간 부류로 생각하고 이들을 경시 혹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속성이 많은 자본주의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지만 거지에 대한 지원 측면만 본다면 매우 순수한 자본주의 국가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거지의 수는 늘어나고 있고, 거지끼리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동냥해주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거지를 하나의 사업자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거지와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가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다양한 거지를 많이 접하지만 거지의 유형과 구걸 행태를 비즈니스 관점 혹은 더 구체적으로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해 놓은 자료는 거의 없다. 우리는 거지를 너무나 무시한 나머지 그들을 분석의 대상에도 올려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거지가 되었든 간에 거지는 자본금을 거의 갖지 않고서도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벤처라고 할 수 있다. 거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또는 자신의 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 당신의 주머니에서 많은 돈이 흘러나오도록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당신은 거지의 타겟고객이며, 바로 거지가 구사하는 마케팅 전략의 희생양인 것이다. 


1) 거지는 자본금이 거의 필요 없는 벤처

거지는 벤처다. 벤처는 벤처이되, 자본금이 거의 필요 없는 벤처다. 물론 파트너가 있으면 좋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벤처다. 자신이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도 있는 벤처인 것이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구걸을 하다가 잘 안되면 얼른 다른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 돈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거지들을 보면 옷차림이 남루하고 얼굴에는 때가 덕지덕지 붙고, 냄새도 고약하다. 물론 진짜 그렇게 더러울 수도 있겠지만, 위장술인 경우도 많다. 위장을 하면 지나가는 고객이 거지를 불쌍하게 보고 지갑을 열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장은 하나의 포장술이다. 따라서 거지에게도 마케팅적 사고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실제 속내용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겉모양일 수 밖에 없다. 난생 처음 접하는 외국의 음식을 주문할 때(익숙하지 않은 상품을 구입할 때) 음식설명보다는 사진에 의해 받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한다. 상품소개시 강조포인트와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2) 토론토의 알부자 거지 

거지의 소득은 얼마나 될까? 캐나다 전국지인 토론도 선(SUN)紙는 최근 토론도 다운타운 번화가에 자리잡은 걸인의 소득상황을 주 2천500달러로 파악하고, 그 중 일부는 운전기사와 경호원까지 거느린 것으로 보도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한 예로 도심 길모퉁이에 자리잡아 빛 바랜 스카프와 해진 저고리, 낡은 옷차림을 한 '셰이키 레이디(shaky lady)'라는 별명의 한 60대 여성은 15분 동안 30여명의 기부자를 만나 짭짤한 소득을 올렸다. 


이 할머니는 " 도와 주세요. 나는 아프고 배고픕니다" 라는 글씨가 적힌 두터운 종이를 목에 걸고,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부자들은 1∼2달러뿐만 아니라 10달러, 20달러 지폐도 주었으며 남루한 걸인 할머니의 떨고 있는 모습에 어느 여성은 200달러짜리 새 외투를 벗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거지 할머니가 길에 앉아 있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이며 오후 5시경이 다가오자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지 않는 자세로 걸음을 재촉해 골목에 대기중인 차를 타고 남성 2명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어떤 집요한 사람이 그 거지 할머니 뒤를 따라가 봤더니 그 할머니는 상당히 좋은 아파트에서 고급 가죽 소파 등 좋은 가구를 놓고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거지는 생존을 위해 구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으로서 거지 생활을 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이 이야기를 읽은 후, 거지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질 지도 모른다. 거지의 구걸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사업의 아이템이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중요한 것은 프로의식 그리고 도덕성이다.


3) e-Business 시대의 성공적인 거지 

인터넷 붐이 한창이던 1999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머를 하나 보자.


뉴욕시 월스트리트에서 어떤 거지가 길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 거지는 입으로 "한푼 줍쇼" 말하기가 귀찮아서 깡통에 “beg”라고 썼다. 그랬더니 하루에 수입이 10달러 생겼다. 


그 다음 날 그 거지는 깡통에 “beg.com”이라고 약간 바꾸어 썼더니 깡통에 수십만 달러나 쌓였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보통 거지와는 달리 인터넷 감각이 있다고 기특하게 여겨 적선을 많이 해 준 것이다. 이 거지에게 어떤 사람은 나스닥에 상장하면 어떻겠냐고 귀띔도 해주었다.


그 거지는 어제 들어온 수입에 힘을 얻어 좀 더 세련되게 깡통에 “ebeg.com”라고 약간 바꾸었다. 그랬더니 IBM과 HP는 자기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하자고 거지에게 요청했고, 하드웨어와 전문가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오라클은 ebeg 사이트에서 오라클 기술을 사용하도록 했고, i2는 거지 커뮤니티를 위해 공급체인 통합을 위해 B2B 산업포탈로 begTradeMatrix를 만들어주겠다고 오퍼를 냈다.


이렇게 세상 흐름을 읽는데 정통한 거지는 떼돈을 벌었다. 급변하는 e-Business 시대에 거지도 이처럼 비즈니스 감각이 있으면 남부럽지 않지 않게 살 수 있다.


2. 도대체 거지란 누구인가? 

1) ‘거: 지(명사)’의 정의 

거지는 사전적 의미로 남에게서 돈이나 음식을 얻어먹고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개걸(乞). 걸 개(乞). 걸인(乞人). (낮춤말로) 비렁뱅이로 쓰인다. 또 “거지 같은 게 어디서 행패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을 업신여겨 욕하는 말로도 쓰인다.


거지를 영어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beggar일 것이다. beg란 상대방에게 무엇을 간청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남에게 무엇을 청탁하는 사람도 beggar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우리나라에는 거지가 너무 많다.


소득이 매우 낮아 집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homeless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그러나 homeless라고 반드시 구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집이 없으면서 구걸하는 사람으로 거지를 해석한다면 homeless beggar라는 영어 표현이 거지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의미에서 Helpless를 거지라고 정의 해도 좋을 것 같다.


3. 거지의 다양한 유형 

우리가 접하는 거지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몇 가지 관점에서 보면 거지의 다양한 유형을 발견하게 된다.


1) 생존형과 직업형 

어떤 거지는 정말 기아상태에서 구걸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거지가 된다. 이런 거지는 생존형 거지다. 그러나 어떤 거지는 게을러서 노동을 해 돈을 벌기가 귀찮아 거지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거지 생활을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보헤미언 스타일의 생활방식으로 보고 거지가 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거지는 사람들의 사회기부 심리를 악용하여 사람들의 돈을 긁어모으는 악성 직업형 거지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생존형 거지가 많았으나, 이제는 직업형 거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사회복지 국가가 될수록 정부는 빈민에게 지원을 어느 정도 해주기 때문에 모자라는 돈을 거지생활을 함으로써 보충하는 것이다.


2) 고정형과 이동형 

한 장소에 계속 머무르면서 구걸을 하는 고정형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이동형이 있다. 예를 들면 지하도내 한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는 거지는 고정형이고,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지는 이동형이다. 


신체가 불편하거나 여기저기 움직일 여력이 없으면 한군데 계속 머물러있는 것이 좋지만 수입상으로 보면 보통 움직이는 것이 좋다. 왜냐면 고객이 한번 동냥을 한 거지에게는 다시 동냥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좋은 고객을 찾아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한 장소에 다소곳이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3) 진실형과 위장형 

불가피한 사정 예를 들면 신체적 장애, 능력부족 등으로 거지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진짜 거지와 그렇지 않은 위장형이 있다. 위장형이 어떠한 거지를 말하는 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 거지 가짜 같아”라고 생각된다면 대부분 위장인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위장을 잘해 정말 장애자처럼 보이게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위장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만다. 


4) 일방형과 서비스형 

어떤 거지는 고객이 동냥을 해줄 때까지 가만히 있는가 하면, 어떤 거지는 고객에게 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악기를 연주하거나, 찬송가를 부르거나, 문을 열어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껌, 볼펜 등의 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고객은 뭐가 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거나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거지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주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일방형 거지가 유난히 많은 반면, 서비스형 거지는 우리 눈에 그리 많이 띄지 않는다. 반대로 외국에는 서비스형 거지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5) 애걸형과 배짱형 

많은 거지는 자신을 비참하게 보임으로써 고객의 동정을 사려고 한다. 옷차림을 남루하게 한다든지 얼굴을 더럽게 한다든지 냄새가 나게함으로써 측은하게 느끼도록 고객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깨끗한 복장을 하거나 구걸해주지 않으면 혼내겠다고 고객을 협박하는 배짱형도 있다. 우리나라는 애걸형이 많은 편이다.


6) 나홀로형과 동반형 

홀로 구걸을 하는 거지도 있다. 그러나“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거지들도 팀웤이 중요하다. 어떤 거지들은 아이를 업고 구걸을 한다. 어떤 거지들은 부부가 함께 구걸을 한다.


요즈음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거지도 있다. 거지 혼자 다니면 외롭기도 하고 고객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개를 길가에 내놓고 있는 거 보면 동물을 학대한다고 불 수도 있지만 애견인들에게는 특히 많은 동정심을 일으키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법이라 볼 수 있다.


7) 개인형과 조직마피아형 

완전히 혼자 움직이는 거지가 있는가 하면, 어떤 조직 속의 멤버로 행동하는 마피아형 거지가 있다.


거지도 혼자서는 목 좋은 지하철역 통로나 지하도 통로를 점유하기는 힘들다. 그 지역의 조직배들이 자리값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배에게 자기 수입의 일정 부분을 주고 그 자리를 지키는 거지도 있다. 조직마피아에 들면 여러가지로 안전장치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드는 불이익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장애자 거지의 경우에는 봉고차로 특정시간에 특정 지역으로 데려다 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주기도 한다. 시스템적인 거지 체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류방식 이외에도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류 방식에 대해 거지를 너무 냉정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거지의 행태분석과 마케팅 전략 분석을 계속하기 위하여는 불가피하니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4. 거지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물건을 재주껏 파는 영업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화려한 광고, 친절한 고객서비스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마케팅을 사업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한편, 어떤 사람은 고객을 눈속임하는 나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마케팅의 핵심이 소비자지향, 소비자 만족 등 소비자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마케팅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경쟁자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더 잘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상품, 가격, 촉진,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지도 마케팅이 필요할까? 당연하다. 길가의 거지에게 모든 사람들은 고객이다. 그러나 이들은 거지 앞을 그냥 지나치는 잠재고객일 뿐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거지에게 눈을 줄 시간이 없고, 본다 하더라도 곧 눈을 돌리고 만다. 그리고 거리에는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경쟁자 거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구걸을 하고 있다. 몫 좋은 자리는 이미 힘좋은 거지들이 차지해 버렸고 웬만한 구걸방식은 너무 식상하게 느껴져 사람들의 동정심을 얻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거지들의 출신도 과거처럼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거지를 하고 있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가 금전적 문제가 생겨 거지가 된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회사에서 배운 마케팅 방법들을 동원하여 거지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이제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단순한 구걸방식으로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없다. 그리고 번화한 길거리와 가난한 동네에서 구걸을 할 때는 그 방법이 달라야 한다. 고객이 비즈니스맨이냐,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냐, 돈을 적게 가지고 다니는 학생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고객의 연령과 옷차림, 인상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접근하는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거지는 동정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팔기 위해 고객의 동정심을 이끌어낼 수 차별화된 구걸 방식을 실행해야 한다. 마케팅의 핵심이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에 있는 것처럼 거지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중심적 사고를 지향하는 마케팅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5. 어떠한 고객이 거지에게 동정적인가? 

그냥 거리를 돌아다니는 고객이 잠재고객이라면, 동정심을 쉽게 느끼는 고객이 가망 고객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람들이 가망고객인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똑같은 방식으로 구걸을 해도 어떠한 고객은 마음이 약해져 거지의 손에 돈을 쥐어주지만 어떠한 고객은 냉정히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이 거지에게 돈을 많이 줄 것 같기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거지에게 더 많은 돈을 줄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이 거지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의 맘을 읽어내고 파악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거지의 동정심을 사게 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소비자 행동론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크게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그리고 관여도 등이 있다. 내적 요인은 소비자의 지각, 기억, 태도 등을 말하며 외적 요인은 문화, 사회계층, 사이코 그래픽스(개성, 가치, 라이프스타일) 등을 말한다. 여기서 관여도란 제품에 관해 소비자가 가진 관심의 정도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고객이 거지를 어떻게 지각하고 있고 거지에 대해 가진 태도가 거지에 대한 동정심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문화, 사회계층 그리고 개성, 가치,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등도 영향을 준다. 또 거지에 대한 관여도가 어느 수준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거지를 보면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측은한 마음으로 거지를 바라본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접근하면 반은 성공이다.


6. STP 전략 

모든 사람들이 거지의 고객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입을 많이 올리는 성공적인 거지가 되기 위하여는 거지도 다른 마케터들처럼 시장을 세분화하고 그 중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을 선택한 다음, 그 시장에서 자신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에서는 이를 STP라 하여 시장세분화(segmentation), 시장선택(targeting), 차별화(positioning)로 이야기 한다. 이런 접근방법으로 거지에게 그대로 적용해 보자.


1) 시장세분화

거지들은 젊고 경제력이 있으며 바쁜 삶을 살아가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중심가를 구걸 장소로 할 수도 있고, 보통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 입구로 할 수도 있다. 또는 부유한 동네를 구걸 장소로 결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가난한 동네를 구걸 장소로 할 수도 있다. 


고정형이 아니고 이동형의 경우에는 어떤 루트가 어떤 시간대에 고객이 많이 다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거지의 경우, 아침 8시 반에는 지하철 2호선은 너무 번잡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뚫고 구걸을 하기가 힘들다. 특히 이 시간대에는 사람들은 ‘회사에 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쏟기 때문에 한가하게 거지에 동정을 줄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이 적당히 많은 루트와 시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야 한다.


2) 시장 선택

이러한 시장들 중 거지는 자신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을 선택해야 하는데 거지의 입장에서 시장의 매력도는 주변 사람들의 경제적 여건, 마음씀씀이, 그 시장에서 거지들의 현재 수익, 그리고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지가 일단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다. 


3) 차별화

일단 시장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그 시장에서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여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장애자가 아니지만 어떤 거지는 장애자로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고, 또 다른 거지는 친절하게 인사를 하거나 문을 열어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신사형 거지로 차별화할 수도 있다. 또는 협박을 통해서 돈을 얻어내는 깡패형 거지로 자신을 차별화할 수도 있다. 


7. 효율적인 마케팅 믹스 전략을 통한 차별화 

매력적인 시장을 선택했다면 선택한 표적시장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제품을 계획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촉진활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어떠한 유통경로를 이용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1) 제품(Product) 전략 

거지는 유형의 상품이 아니라 동정심이라는 무형의 제품을 판다. 하지만 요즘 거지들은 단순히 동정심만을 파는 것이 차별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지들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심지어 껌이나 볼펜 같은 유형의 제품을 팔기도 한다. 이러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거지들과 차별화를 이루고 어쩌면 거지 나름대로 정당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제품관리에서의 핵심은 PLC(product life cycle)에 따른 제품관리와 시기 적절한 신제품 출시이다. 제품은 시장에 처음 소개되는 도입기, 매출이 증가하는 성장기, 기업의 소득이 절정에 이르는 성숙기 그리고 점차 매출이 줄어드는 쇠퇴기를 거치게 된다. PLC에 따른 제품관리란 이러한 제품의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에 적절한 전략으로 제품관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거지가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성을 갖는 구걸방식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고 하자. 처음에는 많은 소득을 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그 구걸방식에 식상해 한다. 그러므로 거지는 자신이 사용하는 구걸방식이 식상해질 즈음에 다시 새로운 구걸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1년 전 지하철에서 어떤 할아버지 거지는 부인이 지금 심각한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돈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리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불쌍하게 여겨 이 할아버지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3년 후 우연히 그 거지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똑같은 멘트로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거지에게도 이러한 PLC에 따른 신제품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가격(Price) 전략 

가격은 기업의 수익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그러므로 가격을 어떠한 범위에서 책정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거지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거지는 동정심이라는 무형의 제품만을 팔기도 하고 실제적인 유형의 제품을 함께 팔기도 한다.


하지만 거지는 기업처럼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 거지가 파는 제품의 가격결정 권한은 100% 고객에게 있다. 즉 거지는 어떠한 고객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날의 수익이 좌우된다. 하지만 거지도 자신의 제품에 대해 고가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만일 거지가 단순히 구걸을 통해 동정심만을 판다면 저가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 한다든지 아니면 실제적인 유형의 제품을 함께 제공한다면 그 거지는 고가전략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거지들은 단순히 구걸을 하는 거지들에 비해 고객의 지갑에서 나오는 돈의 액수를 조금은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거지의 수익을 좌우하는 것은 고객이 얼마의 돈을 거지의 손에 쥐어 주느냐에 달려있다.


거지 자신이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정가제다. 고려대 앞 지하도의 한 거지는 TV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데, 이 거지는 고객에게 딱 100원씩만을 구걸한다. 1,000원짜리 지폐를 주면 900원은 다시 돌려준다. 그리고 10원을 주면 안받는다. 따라서 이 거지가 구걸을 하면 고객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100원을 준다. 스마트한 이 거지는 100원이라는 가격설정을 통해 고객들이 부담 없이 주머니에서 100원을 꺼내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이 거지는 보통 거지들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 박리다매, 저가시장공략의 기법


프랑스의 한 거지는 금화는 절대 받지 않고 은화만 받았다. 금화를 주면 다시 돌려주었다. 사람들 사이에 이 거지는 바보거지라고 불려지며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정말 금화를 받지 않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거지를 찾아왔다. 한 기자가 그 거지에게 다가가 왜 금화를 받지 않느냐고 질문을 했다. 이러한 질문에 거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금화를 받았다면 당신이 나를 찾아 와서 은화를 주었겠소?”라고. 

-> 바보스러운 자가 실은 천재이고, 똑똑한 척 하는 사람들이 사실 바보일 수 있다.


(3) 유통(Place) 전략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입지가 좋지 않다면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그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거지가 어떤 장소를 구걸 장소로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 자리에 머물러 구걸하는 고정형 거지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거리가 한산한 거리에 비해 훨씬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입지가 좋다고 소문이 나면 다른 거지들이 이 거리에 몰려들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파이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거지들이 잘 모르는 입지를 새로 개척해야 할 지 고민을 해야 한다.


지하도의 한 통로가 매우 좋은 입지라고 하자. 그런데 차도에 횡단 건널목이 새로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지하도를 별로 이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거지는 재빨리 자신의 입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입지는 거지에게 중요하며 환경변화가 있게 되면 입지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정형 거지의 경우 자신에게 돈을 자주 주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면 고정정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거나 경쟁이 심해지거나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다면 이동형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동형 거지는 고정형 거지처럼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할 수 있고 고정형 거지처럼 식상해질 염려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4) 판매 촉진(Promotion) 전략 

거지들은 대부분 얼굴을 마주 보고(face to face) 고객을 대한다. 고객을 직접 대하므로 인적 판매의 형태를 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고객들에게 신선함과 관심을 끌 만한 차별화된 구걸방식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촉진 전략으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일단 거지에게 친절한 고객을 발견한 후 다음에 그 고객이 지나갈 때 정말 불쌍한 표정으로 구걸을 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공동 마케팅(co marketing)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한 거지가 어떠한 사람에게 구걸을 할 때 다른 동료 거지들이 구걸하는 거지에게 돈을 주며 바람을 잡는다. 그러면 그 주변의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이끌려 그 거지에게 돈을 주게 된다. 성공적인 공동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기지 있는 멘트의 사용도 성공적인 촉진전략이 될 수 있다.

"I'm the blind, please give me the money." 라는 멘트보다는 "It's spring, but I can´t see anything."라는 멘트로 구걸하는 거지가 더 두둑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00미터 앞에 거지가 있습니다. 돈을 꺼낼 준비를 하십시요”라는 멘트를 사용하면 어떨까? 거지의 뛰어난 감각에 지갑으로 손이 가지 않을까? 


빌딩을 직접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는 방식의 B2B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거지의 B2B 마케팅은 더워서 사무실 문을 열어놓는 여름에 성공가능성이 더 높다. 


8. 성공적인 거지가 되려면 

불쌍하다, 더럽다, 게으르다, 능력 없다, 무책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지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으로 구걸을 하는 거지를 냉담하게 지나치기도 하고 때론 적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번쯤 당신도 거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길거리에 걸인들도 처음부터 거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끔찍한 상상이자만 우리도 거지가 될 수 있다. 만약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게 된다면 사고가 나서 장애를 입게 된다면 남에게 도움을 구걸할 수 밖에 없는 거지가 될 수도 있다. 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지생활을 시작하다가 성공적인 거지마케팅 전략으로 고 수익을 올려 거지 생활을 지속할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그럴 리 없어” 라고 생각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만일 당신이 거지가 되었다면 성공적인 구걸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이 기존에 생각해 왔던 단순한 의미의 거지가 되어서는 당신은 절대 성공적인 거지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당신이 거지가 된다면 거지로 성공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당신의 머리 속의 기존 거지의 정의는 버려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핵심인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 거리의 맥도널드 가게 앞 한 거지는 사람들이 맥도널드에서 뭔가를 사고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려고 할 때,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면서 구걸을 한다. 한마디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베풀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어떤 거지는 고객에게 불쾌한 감정을 주지 않으려고 깨끗한 옷차림을 하고 구걸을 하기도 한다. 때로 얼룩진 옷으로 냄새를 풍기는 기존의 거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구걸을 하는 거지도 있다. 한마디로 B2B형 거지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구걸 방법 또한 획기적인데 한 예로 3만원이 적힌 영수증을 내밀며 구걸을 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영수증으로 소득공제를 하라는 얘기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서 거지에게 돈을 주기도 한다.


거지가 되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 이처럼 거지도 적절한 마케팅전략을 이용한다면 많은 수익을 올려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거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거지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거지의 본분을 잃으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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