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生生3계명'… 꼭! 빨리! 바로!

앞으로는 길을 가다가 쓰러져 있는 응급환자를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심폐소생술(CPR) 등으로 응급 처치하다 사망하더라도 민사 책임은 묻지 않고, 형사 책임도 감면된다.

국회는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 Law)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란 자신에게 아무런 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아 그 사람이 피해를 보았을 경우 돕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 근거한 것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주변 사람이 적극적으로 구호활동을 하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 법의 정신은 또한 선한 의도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다가 본의 아니게 과실을 할 경우 민ㆍ형사상 책임을 면해주는 것도 포함한다.

■ 심장정지 환자 생존율 4.6%에 불과문제는 정작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반인이나 시설 근무자가 태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조규종 교수는 “소생의학연구회의 분석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심장정지는 3분의 2 이상이 집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하고, 90% 이상은 타인에 의해서 발견되며 그 중 50%는 가족이 발견한다”며 “하지만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경우는 5.8%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4.6%로 다른 나라의 20~40%에 비해 크게 낮다. 급성 심장마비 사망자 10명 가운데 6명은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사망한다.

조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30% 이상이 생존한다”고 심폐소생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초기 5분 대응이 생사 갈라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갑자기 멎을 수 있다. 심장정지는 심근경색, 부정맥, 심장판막질환 등 심장질환에 의한 것이 가장 많으며 고혈압, 당뇨병, 급성 뇌혈관 질환, 이물질로 인한 기도폐쇄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심장이 갑자기 멈추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4~5분 뒤에 뇌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따라서 119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를 이용해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가 치명적으로 손상되거나 사망한다. 심장정지 초기 5분간이 생사를 가르는 것이다. 심장이 정지된 사람에게 초기 5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명을 구할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폐소생술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나 사고로 인해 폐와 심장의 활동이 멈추었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하게 하고 호흡을 돕는 응급처치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과 뇌에 산소를 공급해 뇌 손상을 지연하고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생명을 연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심폐소생술 익혀 두자보통 심폐소생술은 의사나 간호사, 특별히 훈련받은 전문요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만 배우고 익히면 의학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도 응급상황에서 시행할 수 있다.

환자를 발견하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의식이나 움직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주위 사람들에게 119나 전문의료진에게 연락이 되도록 도움을 청한다. 또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해 이마와 턱을 움직여 기도를 확보한 뒤 귀를 코 근처에 대고 5~10초 정도 호흡을 확인한다.

호흡이 없으면 환자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하고, 가슴압박을 30회 실시한다. 인공호흡과 가슴압박은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반복한다. 의료진이 도착하면 환자가 쓰러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다.

제세동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까지는 공공시설의 제세동기 설치가 의무화되지는 않았지만 15일부터 개정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철도역 대합실과 여객터미널, 행정기관 청사, 카지노장, 경마장 등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는 제세동기가 설치된다. 제세동기는 개봉하면 자동으로 사용법에 관한 음성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하지만 잘못된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 사용은 환자의 상황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급한 마음에 가슴압박시 가슴 중앙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를 압박하면 갈비뼈가 부러져 폐 등 몸 속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 또한 제세동기 사용시 환자 몸과 접촉하는 등의 실수를 하면 감전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김승호 교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임경수 교수권대익기자 dkwon@hk.co.kr

[출처 : ⓒ 인터넷한국일보]

2008/04/19 - [서비나라/세상사는 이야기] -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