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이야기

UCC Management⑤이금룡-김경익‘UCC 경영학’을 논하다

서비나라 2007. 4. 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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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외면하면 수익도 소비자도 없다”

“UCC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시장이다.
마치 백화점 시대의 대형 할인점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UCC는 점차 상업적이고,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방향으로 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멘토 미니스터.’ 싱가포르 이광요 전 총리의 공식 호칭이자, 그를 향한 싱가포르 국민들의 무한한 존경심을 가늠하게 하는 말이다. 김경익 판도라TV사장에게 이금룡 KR얼라이언스 사장은 정신적인 스승이다. 풍전등화의 위기 때마다 이광요의 지혜를 구하던 싱가포르 국민들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는 인생의 고비에서 늘 이금룡 사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영상UCC 업체로 성장한 판도라TV를 설립할 때도 이 사장의 조언은 절대적이었다.

<이코노믹 리뷰>는 두 사람의 대담을 주선했다. 동영상UCC가 국내 산업에 몰고온 변화, UCC 거품론과 더불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조언, 그리고 미래상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번 대담은 지난 3일 역삼동에 위치한 판도라TV 본사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이금룡(이하 이) : 최근 경사가 겹치고 있다. 해외에서 1000만달러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돈은 어디다 쓸 계획인가.

김경익(이하 김) : 계속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다. 네트워크, 서버, 스토리지, 그리고 글로벌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 UCC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국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 최근 자문을 구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공공연하게 ‘지금은 UCC가 대세’라는 점을 인정한다.

이 : 마케팅 담당자들이 무엇을 문의하는가. 또 그들의 질의에서 무엇을 가늠할 수 있나.

: 지금까지는 판도라TV를 비롯한 UCC 사이트에 직접 자사 제품 배너광고를 싣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UCC 동영상 광고를 직접 제작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1분짜리 UCC 동영상이라도 메시지를 훌륭히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UCC의 뛰어난 구전효과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 글쎄. UCC 동영상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걸 측정할 수 있나.

: 광고 측면에서 보면 도달률이 100%에 달한다. 클릭률도 배너광고에 비해 20배 정도이다. 기업이 UCC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뷰중 김 대표는 본사 1층에 있는 광고팀으로 취재진을 데려갔다. 광고팀 방 한 켠에 있는 LCD 모니터에서는 이 달의 광고 수주액을 볼 수 있었다. 4일 현재 1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였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우리 회사 광고 팀이 전투력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 국내 대기업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이 굳이 UCC에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 삼성·인텔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판도라TV에 자사 제품을 알리는 배너 광고를 싣고 있다. 아직은 동영상 UCC를 제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부쩍 달라진 태도를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마케팅 담당자들의 문의 전화도 늘어났다. 그들은 우리사회의 트렌드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민심의 풍향계라고나 할까.

이 :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게 의외다. 아직까지 우리 IT 기업이 대기업에서 온라인 광고를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큰 사건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 UCC가 새로운 모델로, 나름대로 큰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웃음)

이 : 판도라TV에 올린 네티즌들의 동영상에서 힌트를 얻어 국내 기업들이 광고를 만들거나 상업적인 목적에 접목시킨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까.

: 매일유업이나 SK텔레콤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준비중인 국민은행의 광고도 UCC를 활용해 만들고 있다. 이처럼 UCC는 점차 기업들의 상업적인 목적과 밀접하게 접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느 산업이나 가는 길이 서로 다를 뿐, 최종 목적지는 비슷한 것 같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UCC 시장이 성장하다 보면, 앞으로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시대정신을 포착한 광고도 등장할 것이다. UCC는 점차 상업적이고,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 네티즌들은 UCC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중·장년층과는 달리 일상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 맞다. 이제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말기, 무선 인터넷의 증가와 더불어 UCC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을 비롯해 UCC를 가지고 물건을 팔려는 주체들도 더 늘면서 UCC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누구라도 하고 있기에,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이 : UCC의 문화적 파급력을 절감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 얼마 전 장애우 김경민씨의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지난 3월 열린 경민씨의 콘서트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800석이 꽉 찼다. 개인이 UCC를 통해서 꿈을 이루는, 이 같은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제는 정부 부처들까지 UCC를 광고나 캠페인에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이다. (김경민씨는 뇌성마비 피아니스트로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려 열띤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지난달 1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문예회관에서 연주회를 열어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 감동적인 사례다. 하지만 아직 외국에 비하면 사회 각 부문의 UCC 활용도가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요즘 TV 뉴스를 보건, 신문을 보건 UCC와 관련된 기사가 안 나오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UCC는 거의 모든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니다.

이 : 하지만 일각에서는 UCC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일고의 가치도 없다. UCC가 거품이라면 1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UCC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시장이다. 마치 백화점 시대의 대형 할인점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한테 이익이 돌아가는 상품이 거품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거품 여부는 네티즌들이 판단할 문제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네티즌들은 외면할 것이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계속 UCC를 이용할 것이다.

이 : 또 하나 UCC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저작권 침해 문제인 것 같다. 이로 인해 UCC 산업이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UCC는 이제 막 산업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산업화 초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의 일부 장면을 짜깁기 한 콘텐츠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들은 결국 줄어들 것이다. 그런 콘텐츠들은 영화 예고편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3분짜리 음악도 1분은 미리 듣기가 가능하다.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 경쟁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판도라TV의 경우 UCC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가지고 있나.

: 하루에 우리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시간을 따져 보니 약 23억 초, 시간으로는 약 60만 시간 정도 된다. 엄청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이 시간을 돈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예컨대, UCC 동영상을 보는 중에 광고 자막을 동시에 내보내는 식이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이 :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광고를 비교해 보면, 오프라인은 실시간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고, 온라인은 실시간이지만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영상만 켜놓고 있으면 맞춤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조합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와 함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 즐기면서도 정보를 받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 국내 IT기업 중 해외에서 성공하는 곳이 드문데, 글로벌 사업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 구글 스타일을 준비중이다. 서버는 한국에만 두고, 로컬에는 서버를 두지 않는 방식이다. 그 동안 로컬 투자비용 때문에 (해외에 나갔던 국내 IT 기업들이) 전부 망하고 말았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서버를 두고도 해외에도 전송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계속 시도해 보고 있다. 특히 한류 붐이 일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특화시킬 계획이다. 한국의 네티즌이 한류 스타의 노래를 따라하는 것이나, 한국 스타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들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 UCC는 계속 진화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UCC가 가까운 장래에는 어떻게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인터넷은 계속 1인 미디어가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동영상과 텍스트 등을 통해 개인 미디어화되어 가는 경향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 방송국 형태의 1인 미디어는 인터넷의 최종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UCC는 앞으로 그 목표를 향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며,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체도 개인에서 기업으로, 기업과 개인이 서로 피드백을 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면서 서로 교감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 : 트렌드를 한 걸음 앞서 포착하고 경영에 반영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경영자의 업무가 됐다. 판도라TV가 지금은 업계의 선두주자이지만, 언제든지 추월당할 수도 있는 게 인터넷 세상이다. 김 사장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즐겨 찾는 UCC나 블로그 사이트가 있는가.

: 구글 블로그 검색을 자주 이용한다. 특히 테크크런치 사이(http//www.techcrunch.com)에서 최신 정보를 많이 습득한다.

이 : 김 사장은 UCC 홍보 전도사이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혹시 UCC를 직접 제작해 본 적은 있는가.

: 없다. 재주가 없어서…. (웃음) 동영상을 만드는 게 나한테는 너무 힘들다.

■ KR얼라이언스 이금룡 대표는 77년 삼성그룹 공채 17기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99년에 옥션을 창업해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이후 이니시스 대표, 넷피아 국내부문 대표 등을 지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과 이마켓플레이스협의회 초대 회장도 역임했다. 현재는 KR얼라이언스(www.koglo.com)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 1967년생인 김경익 대표는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서 김 대표는 수십억원짜리 R&D 개발프로젝트를 만들고, 사내 특허왕으로 뽑히는 등 소위 잘 나가는 직원이었다. 96년 여름 돌연 사표를 던지고 창업한 지 9년여 만에 찾아낸 게 동영상 사업. 김 대표는 지난 2004년 10월 판도라TV를 설립하면서 국내에 UCC 열풍을 몰고 왔다.

윤종성 기자(jsyo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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