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이야기

하나고, 김진성 교장 "사교육없는 맞춤인재 육성"

서비나라 2009. 9.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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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하나고 교장 인터뷰
귀족학교 낙인 말고, 교육의 질로 평가해달라



[아시아경제신문 김보경 기자] 특목고(특수목적고)는 많아도 자립형 사립고(자사고)가 하나도 없던 서울 지역에 처음 생기는 하나고등학교. 하나금융그룹이 재원을 마련해 설립해서 눈길을 끌고 있는 이 학교는 내달 5일 첫 신입생을 뽑기 위한 원서접수에 들어간다. '이 학교가 과연 어떤 학교일가'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는 서울지역 중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도 매우 높은 상황.

23일 서울 다동 하나학원 학교설립추진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성 하나고등학교 초대 교장은 서울지역 모든 중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하루 2~3곳의 중학교를 매일 방문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하나고의 교훈은 너무도 평범하다. '세계가 나를 키운다. 내가 세계를 키운다'는 교훈. 글로벌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교육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글로벌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고 있는 지 돌이켜보면 자성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전교생이 2개국을 구사하고 자율적인 교과운영과 맞춤형 인재를 만들겠다는 교육과정이 과연 성과를 거둘 것인가. 김 교장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학생 9명 당 교사 1명을 배치하겠다도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은평뉴타운 내 있는 교사는 내년 3월 첫 학생을 맞기 위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김 교장은 지난 1학기까지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로 재직했던 학자. 고려대 대외협력처장과 총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점을 감안하면 김 교장이 체구보다 너무 작은 옷을 입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김 교장은 "하나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즐겁다"며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자사고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오랜 기간 교수로 재직했는데 고등학교 교장으로 오게 된 계기는.
▲ 기존의 학교 같은 하나의 학교가 더 생기는 것이라면 교장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창의적 세계인 양성이라는 건학 이념으로 새로운 자사고 모델을 만들겠다는 김승유 이사장(하나금융그룹 회장)과 뜻이 같아 함께 일하게 됐다. 중요한 결정임에도 흔쾌히 결정했고 추진단에서 일하면서 더욱 더 기대가 커지고 있다.

- 하나고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 각 학교를 다녀보니 모든 학교에서 '지성' '덕성'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나고도 역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창의적인 세계인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교육이념 대로만 학생들이 자란다면 바랄 것이 없다.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학교의 교육이념이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창의적인 세계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우리나라 안에서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가 나를 키운다, 내가 세계를 키운다'라는 교훈처럼 학생들의 시야가 넓고, 깊고,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외국어 습득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외국어 몰입교육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소통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졸업 전에 최소 2개 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영어는 필수고, 중국어와 일어 중에서 제2외국어를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다.

글로벌 인재의 또 다른 조건은 문화적 소양과 교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많이 아쉬움 부분이다. 교육기간 동안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문화적 소양을 쌓기 위해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1인1기 이상 재능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학교 내에 강당도 있지만 학생들의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콘서트홀도 짓고 있다.

-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자사고 이기 때문에 교과과정에 자율권이 있다. 필수과목을 제외하면 모두 선택과목으로 구성된다. 또 각 과목별 심화과정을 두고 50분 수업이 아니라 100분 수업도 진행한다. 방학 중에는 현장 중심의 심화과정으로 해외 탐방 등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각 교육과정마다 학생들의 습득이 빠르다면 위원회를 두고 이를 평가해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이 모두 끝났다면 대학과목 선이수(AP)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하나고가 경제·금융 특성화 학교이기 때문에 경제적 마인드를 키우는 교육도 실시하게 된다.

-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떤 학생을 뽑느냐다
▲ 심층면접을 이틀 동안 본다. 교과과정 내용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집단토론과 개별면접이 있는데 집단토론 주제는 중학교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고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을 평가할 것이다.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며 싸우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남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볼 것이다. 개별면접은 이미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 서류전형에서 학생을 검증했지만 정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게 될 것이다.

일부 학원에서 '하나고 대비반'을 운영하면서 심층면접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따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학생들은 면접에서 외운 것만을 대답할 수 있고 다른 질문이 나올 때 당황하게 된다. 쉽게 골라낼 수 있다. 솔직하게, 생각하는 것을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는 것이 전형의 방향이다. 많은 학생들이 힘든 과정을 거쳐서 지원한 것으로 안다. 서류전형에만 3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한 명도 소홀히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 자사고 특목고의 교육비가 너무 비싸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있다.
▲ 하나고의 경우 기숙사까지 포함해서 연간 1200만원의 교육비가 든다. 금액만 보고 비판하지 말고 교육의 내용을 봐야 한다.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사교육비로 월 100만원 가량은 쓰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하나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에 방과후 활동으로 교육을 보충하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다. 교육의 질 또한 다른 사교육업체들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뽑는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등을 지원을 할 계획이다.

- 장학금 지원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기업들을 상대로 장학금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로셔 등 홍보자료도 만들고 이사장인 김승유 회장도 직접 뛰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중 10명의 성적우수자에게는 기숙사비를 포함한 전액 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누구든 경제적 이유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하자는 것이 목표다. 모금된 장학금은 학생들의 경제형편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될 것이다.

학교 설립을 준비하면서 많은 교장 선생님들을 만났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요즘은 경제적 어려운 가정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도 없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사례를 하나고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경제여건 에서도 교육을 잘 받고 성공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하나고의 목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씨앗을 뿌릴 것이다. 학업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할 것이다.

- 교사는 어떻게 뽑았나.
▲신설학교라서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높았다. 현재까지 10여명을 채용했다. 일부 교사는 추진단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고 일부는 아직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강의능력은 기본이고 열정을 가진 교사를 뽑았다. 1차년도에는 25명을 뽑고, 3개 학년이 다 차는 3차년도에는 70명까지 채용할 계획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9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리=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사진=이재문 기자 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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