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이야기

1시간에 1억짜리 강연???

서비나라 2008. 11. 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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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21/2008112100684.html

[Weekly BIZ] '혁신 DNA'를 심어라 환부는 깊게 도려내라
           세계 최고 '경영 大家' 게리 해멀의 가르침 
                  진화의 시대는 갔다, 이젠 혁명의 시대 
                  기업 성공은 관리혁신에 달려있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남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우드사이드(Woodside). 이곳 산중에 숨어 있는 작은 주택이 그의 사무실이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도 없었다. 20여 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택시 기사조차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고 했다. 공항에서 여기까지 택시비만 120달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 경영 대가(大家·guru) 20인 중 1위에 오른 게리 해멀(Gary Hamel·54) 교수의 사무실 치고는 지나치게 소박해 주소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때 여비서가 문밖으로 달려 나왔다. "고생하셨죠? 이곳을 찾기 힘드실 것 같아서 전화 인터뷰로 하자고 했던 거예요."

해멀 교수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나 '전략 의도(strategic intent)'처럼 이제는 거의 보통명사가 되다시피 한 주요 경영 개념들을 창안했다. 그는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의 객원 교수이자 국제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고스(Strategos)의 설립자이며 이곳 우드사이드에서 'M랩(MLab)'이라는 경영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 원고를 고치고 있는 해멀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터틀넥 스웨터, 잘 다듬은 콧수염과 동그란 뿔테 안경에서 세련됨이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해멀 교수는 너무 바쁜지 원고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인사부터 외쳤다. 그와 약속된 인터뷰 시간은 딱 1시간. 비서가 사전에 여러 차례 당부한 조건이었다. 보통 해멀 교수의 1시간 강연료는 5만 달러(약 7500만원)이고 10만 달러를 넘을 때도 있다. 기자는 인터뷰 시간을 1분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잡담 없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해멀 교수 역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말을 했다. 그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한번 질문을 던지면 주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20분씩 쉬지 않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대답은 길었지만,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 탄탄하게 구성됐다. 큰 주제 밑에 소주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예시들이 꼼꼼히 엮어져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 신문의 경영 칼럼이 될 정도였다.

그는 "진화(進化)의 시대는 가고 혁명(革命)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20세기는 점진적인 경쟁 전략이 이끌어 갔지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경쟁의 룰(rule)을 바꾸는 혁명적인 전략만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의 성공은 새로운 기술 개발, 첨단 제품 출시보다는 직원들의 시간 활용, 의사 결정 구조, 조직 구성 등 사람 관리와 관련된 '관리 혁신(management innovation)'에서 온다는 것이 그의 경영 이론의 핵심이다. 조직 자체에 창의성을 불어넣으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것. 기술과 제품의 혁신 방식은 21세기 수준인데, 사람을 관리하는 방식은 20세기 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교수님은 기업들에 '관리 혁신 없이는 21세기를 살아낼 수 없다'고 다그쳐 왔습니다. 관리 혁신이란 어떤 것인가요?

"혁신에도 급(級)이 있습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운영 혁신(operation innovation)'은 직원들이 매일 부닥치는 조달·판매·유통·서비스 채널 등의 혁신입니다. 이 분야의 혁신은 큰 경쟁력이 없습니다. 경쟁사가 너무나 쉽게 베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혁신은 '제품 혁신(product innovation)'입니다. 벽걸이 TV와 터치 휴대전화 등 최첨단 제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품 혁신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 경쟁력도 고작 6개월~1년을 버티다 사라집니다.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 혁신(business innovation)'입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전혀 다른 방법의 사업을 구상했을 때 일어나는 혁신이죠. 최근 사례로 인맥 구축 사이트인 페이스북(facebook)이나 가구회사 이케아(IKEA), 패션회사 자라(Zara) 등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높은 혁신도 있나요?

"그 다음은 '업계 구조(industry architecture) 혁신'입니다. 이 혁신은 단지 한 회사나 한 사업 아이디어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를 뒤집어 엎어 놓습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볼까요. 애플은 아이팟과 디지털 음악서비스인 아이튠스(itunes)를 통해 음반시장 구조를 일시에 재편했죠. 이보다 더 위, 즉 혁신 사다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이 '관리 혁신(management innovation)'입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 관리자(manager)들이 하는 일을 바꾸는 것입니다. 관리자들이 하는 일이 뭡니까. 부하 직원들을 관리하고 팀을 꾸리고, 회사의 자원을 분배하고, 목표를 정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 등이죠. 이런 분야의 혁명은 한 기업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터는 듯한 강력한 파장을 미칩니다."

―그동안 관리 혁신(management innovation)이 많이 일어났나요?

"글쎄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 100년 동안을 되돌아보세요. 기술과 서비스, 유통에는 엄청난 변화가 왔어요. 모든 사람들이 주머니에 휴대전화기를 한 대씩 넣고 다니게 됐고, 신용카드 회사의 콜센터는 24시간 통화가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회사의 물품 재고를 확인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경영이라는 것, 즉 회사 관리 시스템은 거의 변한 게 없어요. 여전히 현장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말단 직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고, 위에서 승진과 해고를 결정하고, 중요한 결정은 더 높은 직급의 사람이 내리죠. 기본적인 경영 틀은 이미 100년 전쯤 헨리 포드(Ford) 같은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다 짰어요. 인사부서를 만들고,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고, 자본 예산(capital budgeting·기업이 행하는 자본지출이나 투자에 관한 예산)이나 브랜드 관리(brand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한 것이 그것이죠."

■개는 왜 두 발로 못 걷나?

―헨리 포드 이후로는 회사 관리 시스템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20세기 초반 이후로 관리자들의 임무란 '어떻게 하면 웬만한 실력의 기술자들을 데려와서 같은 일을 빠르고 정확히 반복하게 만들까'였죠. 세상에 1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니! 정말 심각하게 뒤쳐진 것 아닙니까? 오늘날 조직의 과제는 '어떻게 일을 효율적으로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게임의 룰(rule)을 바꿀까' 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서비스 혁신, 제품 혁신을 외쳐대지만 주기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바로 기업의 경영 구조 자체가 '혁신'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반복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말문을 열려고 하자 해멀 교수는 이를 막으며 "제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보세요"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기자가 질문할 타이밍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는 열정적이었다. 해멀 교수는 확신에 찬 태도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기업에 혁신을 가르치는 일은 개에게 두 발로 걸어 다니도록 훈련을 시키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조련사가 먹이를 이용해 열심히 개에게 두 발로 서는 법을 가르쳤다고 칩시다. 하지만 조련사가 뒤돌아서는 순간부터 개는 다시 네 발로 앉습니다. 개는 네 발 동물이지, 두 발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개에게는 두 발 DNA가 없습니다."

■당신 조직에 박혀 있는 푸른 곰팡이

―혁신 DNA가 없는 기업에 혁신을 강요해 봤자 일회성에 그친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즉, 세상의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혁신을 쏟아내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경영 구조 자체가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말이죠.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소니(Sony)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른 기업보다 몇 년이 늦었어요. 의사 결정을 하는 소니의 최상층 경영진이 거의 대부분 50대 이상의 아날로그 세대였기 때문이죠. 그들의 세계는 아날로그이고, 하드웨어였죠. 어쩔 수 없어요. 블루치즈(blue cheese)에 푸른 곰팡이가 박혀 있는 것처럼 옛날 조직은 과거의 유물(遺物)이 온통 마블링돼 있어요. 디지털과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기 힘들죠."

―그럼, 과거의 유물 없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이 유리하겠군요.

"솔직히 그렇겠죠. 현재 전 세계 1000대 기업에 올라있는 기업 중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선두 기업이 나올지 의문입니다. 아마 지금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갖고 나올 확률이 더 높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도(India) 기업이 특히 유리하다고 봐요. 일단 기업 성장 속도를 보세요. 6~7년 만에 3만~4만명짜리 조직이 탄생하고 있잖아요. 한 회사가 해마다 5000~8000명을 신규 채용하고, 기존 직원은 또 그만큼 회사를 나가 새 회사로 옮긴다는 뜻이죠. 이렇게 계속 새로운 피가 들어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요. 그래서 인도 기업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어립니다. HCL테크놀로지의 경우 직원 평균 연령이 26세입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하면서 자란 인력들은 사고(思考) 자체가 다릅니다. 이런 인력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다고 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아이디어는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죠. 인터넷이라는 장소가 원래 그렇거든요."

―그렇다면 역사가 오래된, 현재의 대기업들은 혁신할 수 없는 건가요?

"그렇다면 너무 비관적이겠죠. 방법은 있습니다. 과거 경험을 물려받은 대기업들은 혁신 DNA 자체를 심지는 못해도 치열한 자기 관리를 통해 혁신을 더 자주, 꽤 주기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있어요. 실제로 이렇게 해낸 기업들이 바로 GE와 도요타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훌륭한 기업들이죠. GE의 경우 인재 사관학교인 크로톤빌(Crotonville)을 설립했고, 도요타는 현장 작업자에게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식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했어요. '잘 훈련된 절차(disciplined process)'를 통해 혁신을 최대한 많이 배출해낸 것이지요."

■혁신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

해멀 교수는 작년에 펴낸 저서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에서 미국의 유기농 식품점 체인 홀푸드마켓(Wholefoods Market)과 고급 등산복 소재로 유명한 고어텍스(Gore-tex), 세계 최대의 인터넷회사 구글(Google) 등 3개 회사를 미래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홀푸드마켓은 모든 직원이 팀 단위로 고용과 해고, 물품 구매 같은 재량권을 갖는다. 보통 한 매장은 수산물, 농산물, 계산대 등 평균 8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어떤 물건을 들여 놓을지부터 가격 책정, 직원 인사까지 결정할 수 있다. 월급도 팀 단위의 실적에 연동된다. 고어텍스는 상사가 없는 평평한 조직이다. 업무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자신이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한다. 승진은 동료들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1주일 중 반나절은 직원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장난 시간(dabble time)'을 만들었다. 구글 역시 관료주의를 과감히 없애고 어떤 직원이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검토·지원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GE나 도요타 같은 기업과 교수님 책에서 언급한 홀푸드마켓, 고어텍스, 구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GE나 도요타가 훌륭하긴 하지만 조직 전체를 꿰뚫는 '시스템화된 절차(systematic process)'는 찾기 힘들어요. 만약 이 회사에 가서 '지난 20~30년 동안 당신 조직에서 혁신을 공급해 왔던 파이프라인이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대답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홀푸드마켓이나 고어텍스, 구글은 이런 혁신을 공급해 내는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는 듯해요. 이들 회사의 경영 모델은 너무나 독특하거든요. 사원들이 생각할 자유, 어떤 일에 참여할 자유를 최대한 높이려는 것이 이들 회사의 특징이에요. GE가 아무리 훌륭한 인재 양성 교육기관이 있다고 해도 말단 직원과 임원에게 똑같은 자격으로 연수를 시키는 것은 아니잖아요.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창의력이란 디자인 부서나 R&D센터에서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콜센터 직원이나 세일즈 직원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홀푸드마켓, 고어텍스, 구글 등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 세 기업은 조직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어서 누구나 회사 차원의 결정에 참여하게 만들어요. 마지막 직원 한 명의 아이디어까지 모두 활용하려고 들죠. 실제 심각한 문제의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고객을 매일 상대하는 말단 직원일 확률이 높지 않나요? 그런데 계급이 많은 조직일수록 어떤 문제가 있어도 CEO가 가장 나중에 보고받는 경우가 많죠."

그는 3개 회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간 중간에 계속 "물론 이 기업들이 몇 년 후에도 계속 혁신기업으로 남아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부연 설명을 했다. 이는 아마 그가 2000년에 '꿀벌과 게릴라(원제 Leading the Revolution)'라는 저서에서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을 혁신 기업의 전형으로 치켜세웠던 아픈 기억 때문인 듯 하다. 엔론은 2001년 천문학적인 회계부정과 뇌물수수 스캔들이 드러나 파산의 길을 걸었다.

■좌뇌는 수박크기…우뇌는 야구공 크기

―미래를 예측하는 기업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승리한다고 하셨는데요. 무슨 뜻입니까?

"20세기가 점진적인 전략이 이끌어온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게임의 룰을 아예 바꾸는 시대가 됐거든요. 점진적인 상황에서는 미래를 예측하면 이기지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미래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사람이 이깁니다. 다시 말해 진화(進化)가 아닌 혁명(革命)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지식 경제'가 아니라 '창조 경제(creative economy)'의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각 경제 단계마다 필요한 기술이 다르죠. 예전 산업화 시대 때 사람들에게서 필요했던 덕목은 '부지런함과 복종'이었어요.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 후 지식 경제 시대가 도래하자 전문성(expertise)이라는 덕목을 찾기 시작했죠. 아시아에서 일어난 교육 혁명이 이 때문이었죠. 하지만 여전히 이때도 복종과 부지런함을 바닥에 깔고 있었어요. 결국 합리성과 관련된 좌뇌(左腦)는 수박 사이즈만큼 커지고 창조적인 우뇌(右腦)는 야구공 수준에서 머무르는 불균형이 왔어요."

■어렵다고 신입사원 안뽑으면… 조직이 역주행한다

―창조 경제 시대에는 어떤 덕목이 필요한가요?

"이전 시대와 완전히 다른 3가지 덕목이 필요해요. 첫째는 창의성입니다. 완전히 다른 업계, 다른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능력이죠. 둘째는 주도력(initiative)입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시작하고 집행해가는 능력을 가리키죠. 셋째는 열정(passion)입니다. 혁신가들은 다소 로맨티스트들입니다. 세상에서 가능한 것, 불가능한 것을 나누지 않고 감정에 치우쳐 약간 미친 듯이 도전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요즘 시기가 시기인 만큼, 경기 불황에서 일단 살아남으려면 혁신보다는 효율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뻔한 얘기지만 혁신과 효율은 둘 다 중요합니다. 단기 목표를 완성해 나가면서 장기 계획을 추구해야죠. 제가 자주 하는 말이 '두 발은 땅에 두되, 눈은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효율성은 중요하죠.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수록 '혁신의 프리미엄'은 더 높아집니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 업체인 스카이프(Skype)를 생각해보세요. 거의 공짜에 가깝게, 전 세계 어디에나 전화를 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불경기라고 수익이 떨어지겠습니까. 오히려 더 각광을 받죠. 좋은 시절에는 다른 기업의 성공에 묻어가도 되지만, 나쁜 시절에는 자기 스스로 성공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혁신을 통해서 말이죠."

―단기적으로 요즘 같은 험악한 경제 환경에 살아남을 만한 팁(tip)을 준다면요?

"수술을 단행하려면 되도록 빨리, 그리고 깊게 하세요(Cut early, cut deep).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면 한 번에 끝내는 게 좋아요. 조직을 망하게 하는 것은 계속되는 불안감이에요. 다리가 곪아가는 병사가 있다면 잔인할 정도로 깊게 절단해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충고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장기 비전(vision)을 뚜렷하게 제시하세요.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 어느 부문에서 나올지를 확실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부문은 어떤 희생을 각오해서라도 지켜내야 합니다. 세 번째 충고는 새로운 인력을 계속 고용하라는 겁니다. 만약 상황이 어렵다고 새로운 직원을 뽑는 일을 멈춘다면, 그 기업은 그날로부터 도태될 겁니다. 조직의 평균 나이가 많아질수록 변화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미래 예측? 차라리 현재를 정확하게 보라

한참 열기가 달아올랐을 때 여직원이 해멀 교수에게 "(인터뷰) 시간이 다 됐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가 일어서려고 할 때 기자가 "5만달러짜리 시간을 얻어낸 김에 마지막 한 가지만 더 질문하면 안되겠냐"고 묻자 그는 껄껄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계속 되는 비서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20분을 추가로 내줬다. 1만6000달러 정도의 보너스를 받은 셈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 경영 혁명을 계속 주장하는데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요?

"최근 제가 리처드 브랜슨(Branson·'창조 경영의 전도사'로 통하는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겸 CEO), 마이클 델(Dell·델컴퓨터 창업자 겸 CEO), 래리 페이지(Page·구글 창업자) 같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리더 200명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끝냈어요. 창의적인 인재들은 무언가 달라도 다를 텐데, 그 공통점이 뭔지를 찾으려는 것이 목적이었죠."

―연구 결과 특이한 점을 발견했나요?

"아주 흥미로운 세 가지 패턴이 발견됐어요. 첫째, 이들은 공통적으로 '역발상(逆發想)을 하는 사람(contrarian)' 기질이 강해요. 보통 항공사들의 교과서적인 전략은 허브(hub) 공항을 중심으로 자전거 바퀴의 살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운항 시스템(hub-and-spoke system)을 개설하는 것이죠. 하지만 버진 애틀랜틱 항공(Virgin Atlantic Airway)을 설립한 리처드 브랜슨은 과감하게 이 전략에서 벗어났어요. 그는 전 세계 교통량이 가장 많은 도시들만을 연결하는 직항 노선(point-to-point) 전략을 택해 대단한 성공을 거뒀어요."

―이와 비슷한 역발상 사례는 또 어떤 것이 있나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 방식을 어떻게 달리 했는지 살펴봐도 마찬가지예요. MS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유일한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생각했죠. 이와 달리 구글은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파는 대신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사람들에게 공짜로 제공했잖아요. 창의적 리더들은 모든 관례를 거꾸로 돌려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느냐'고 되물어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만약 주변 업계를 둘러봤는데 마케팅이든 상품 모델이든 다 똑같다면, 일단 의심하세요. 소니·삼성·델 등 처음 컴퓨터 시장에 뛰어 들었던 기업들이 똑같은 부품 공급망, 제품 구성을 갖고 있었지만 마이클 델은 '왜 그래야만 하지? 다르게 접근해보자'라고 했잖아요.

창의적 인물들의 두 번째 패턴은 미래를 예측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현재를 잘 관찰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금 무슨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를 간파하는 거죠. 인맥 관리 사이트 페이스북(Facebook)의 성공은 사실 트렌드 파악에 적중한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젊은이들이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지 파악한 다음, 장터를 열어 준 것밖에 없어요."

그의 말은 숨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세 번째 패턴은 이들은 세상을 레고 블록으로 보는 능력을 길렀다는 점입니다. '내 회사, 내 분야'만 따로 떼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총체적으로 종합하는 능력이죠. 창의력을 죽이는 잘못된 습관 중 하나가 자신의 사업을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규정짓는 것이죠. 예를 들면 '컴퓨터 제조업' '자동차 회사' '은행',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보다는 기저에 깔려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면 훨씬 넓은 세상이 보입니다. 세상에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Amazon.com)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온라인에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것) 사업을 할 것이라고 IBM이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 창의적 능력은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기를 수 있나요?

"불행한 점은 누가 강제로 시킨다고 이런 능력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본인이 열정만 가지면 약 80%까지는 능력을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곧 발표될 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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