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출근길, 중앙선을 넘어 정면으로 들어온 차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핸들을 꺾었다면 옆 차·뒤차와 얽혔을 2초, 그 판단을 만든 한문철TV의 교훈과 블랙박스가 보여 준 것, 그리고 안전신문고 신고까지 기록합니다.
안녕하세요. 서비나라입니다.
2026년8월25일 아침 7시15분, 아침 출근길에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정면으로 부딪힐 뻔했습니다. 다행히 부딪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을 몇 번이고 돌려 보면서, 제가 왜 그 자리에서 핸들을 꺾지 않았는지를 자꾸 곱씹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2초와, 그 2초를 버티게 해 준 것에 대해 쓰겠습니다.
그날 아침, 2초
서울 도봉구의 편도 3차로 도로였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앞유리에는 와이퍼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저는 1차로, 그러니까 황색 복선 바로 옆 차로를 28km/h 안팎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1차로에서 검정 대형 세단 한 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방향지시등이 한쪽만 켜져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지나가는 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차가 황색 복선 쪽으로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앞바퀴가 복선을 넘어 제 차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블랙박스 오버레이 기준으로 이 장면은 오전 7시15분 무렵이고, 그때 제 속도는 31km/h였습니다.
1초 뒤, 그 차의 차체 1/3 가까이 이미 제 차로 안쪽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화면 좌하단을 그 차가 가득 채웠습니다. 제 속도는 32km/h.
저는 급제동도 조향도 하지 않고 그대로 차로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차는 제 차량 좌측 전면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블랙박스화면에는 모션블러로 번진 차체만 남았습니다.
접촉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화면상 두 차 사이의 간격은 제 차 사이드미러 폭 안팎으로 보였습니다. 그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왜 핸들을 꺾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에 새로 생각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검정 세단이 복선을 넘어오는 걸 본 순간부터 제 옆을 스쳐 지나가기까지, 채 2초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속도를 줄이지도, 방향을 틀지도 않았습니다. 감속은 그 차가 완전히 지나간 뒤 시작했고, 그때부터 26km/h로 서서히 감속을 했습니다. 왜 저는 그 자리에서 피하지 않았을까요.
답은 사이드미러에 있었습니다. 제 우측 옆에는 검정 전기차 한 대가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화면상 형상으로는 현대 아이오닉 6로 보였습니다. 뒤쪽에는 승용차 한 대가 바로 따라오고 있었고, 몇 초 뒤에는 SUV로 보이는 차까지 붙었습니다. 왼쪽으로 피하자니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와 부딪힐 판이었고, 오른쪽으로 피하자니 옆 차와, 급제동을 하자니 뒤차와 얽힐 자리였습니다.
한문철TV 제보 원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제가 2차선을 못 피한 이유는 순간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를 우측 사이드미러로 보고 특히, 예전 방송에서 제가 피하다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저는 한문철TV를 평소에도 자주 챙겨 보는 사람입니다. 그 방송을 보며 여러 번 들었던 취지가 있습니다. 중앙선을 침범해 오는 차를 피하려고 무리하게 핸들을 꺾다가 제3의 차와 부딪히면, 오히려 피한 쪽이 가해자로 잡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보문에 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독박을 쓸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2초짜리 상황에서 제가 새로 판단을 내린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머릿속에 들어 있던 판단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차로를 유지하는 쪽이었습니다.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도 비슷한 원칙이 있습니다. 중앙선을 침범해 온 차를 피하려다 스스로 무리하게 조향해 다른 차와 부딪히면, 회피가 과도했다고 판단될 경우 피한 쪽에도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빗길 1차로 정상 주행 중, 맞은편 검정 그랜저가 황색 복선을 완전히 침범해 약 3초간 제 정면으로 돌진해 왔습니다. 우측 전조등만 켠 채 스치듯 지나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제보문에 적은 "약 3초"는 그 차가 중앙선 쪽으로 붙기 시작한 순간부터 센 시간입니다. 앞서 쓴 "2초"는 복선을 완전히 넘어온 순간부터 스쳐 지나가기까지입니다. 기준이 다를 뿐 같은 상황입니다.
지나간 직후에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스쳐지나면서 경적과 함께 얼마나 놀랐으면 한숨소리 하나도 못냈답니다."
저는 이 영상을 안전신문고에 신고했습니다. 다만 번호판을 특정하지 못한 채로 신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인근 단속카메라와 방범 CCTV의 같은 시간대 영상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확인해 둘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은 중앙선이 있는 도로에서는 그 중앙선을 기준으로 우측 부분을 통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됩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2호(도로교통법 제13조제3항 위반, 즉 중앙선 침범)에 따라 12대 중과실 항목에도 해당합니다. 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 제2항에 따르면 비가 내려 노면이 젖은 경우 최고속도의 100분의 20을 줄여 운행해야 합니다. 제한속도 50km/h인 도로라면 빗길에서는 40km/h 이하로 달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운전자에게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속도였습니다. 그 상황 전후 제 속도는 28km/h에서 32km/h 사이였습니다. 출근길치고는 느린 편이었는데, 비가 와서 자연스럽게 줄인 속도였습니다. 그 여유가 없었다면, 같은 궤적에서도 결과는 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차로, 중앙선 바로 옆 차로는 원래도 이런 위험에 가장 가까이 있는 자리입니다. 마주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으면 피할 공간이 가장 좁은 차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확인한 것은, 핸들을 꺾지 않고 차로를 지키는 것도 하나의 원칙이라는 점입니다.
방향지시등도 다시 챙겨보게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쪽만 켜진 채 다가오는 차는 빗길 역광 속에서 실제보다 작고 멀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랙박스는 전방만이 아니라 후방까지, 2채널로 갖춰 두시길 권합니다. 필자의 블랙박스 영상(후방)이 그 근거입니다. 후방 영상이 없었다면 제 옆과 뒤에 다른 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분명히 확인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론 및 요약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비 오는 아침, 1차로를 달리던 제 차 쪽으로 중앙선을 넘어온 검정 세단이 2초가 채 안 되는 순간에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저는 속도도 방향도 바꾸지 않고 차로를 지켰고, 그 판단은 그 자리에서 만든 게 아니라 평소 한문철TV를 보며 쌓아 온 것이었습니다. 번호판은 끝내 읽지 못했지만, 안전신문고에 신고하고 단속카메라와 CCTV 확인을 요청해 두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2초 동안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오른쪽 차와 뒤차를 피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피하지 않는 것도 훈련이라는 걸, 오늘 아침에 다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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